밤에 알바로 대리운전을 하고 있는데
이게 다른 직종과는 달리 팁이라는 게 꽤 흔한 일이다.
보통은 '잔돈은 됐어요'라는 패턴이 제일 많은데
좀 특별하게 기억에 남는 팁 이야기들.
1.
보통 팁이라는 게 번듯하게 차려 입고 외제차 모는 사람들보다는
주로 공사현장 나가는 듯한 아저씨들에게서 많이 나온다.
이 날도 그런 손님이었는데 차량도 굉장히 상태 메롱한 포터였다.
원래 우리 업체는 시내 기본요금이 5천원인데
이 아저씨가 가는 곳은 7천원 구간.
그나마도 거기가 목적지가 아니고, 내가 내리고 나면 본인이 직접 끌고 가는 모양이었다.
가면서 이런저런 얘기가 나오다가 낮에는 뭘 하냐? 해서
사범대 졸업하고 교사 임용고시 준비 중입니다 했더니
고생이 많네, 살기 힘들지? 뭐 이런 식으로 얘기가 흘렀다.
그리고 목적지에 도착해서 요금을 받는데
자 이건 요금 하면서 만원.
그리고 이건 생활비에 보태 쓰고 하면서 또 만원.
그리고 이건 맛난 거 사먹어 하면서 또 만원.
2.
스파크에 20대로 보이는 남자 넷이 탔다(나 빼고).
보아하니 차주가 친구들 다 집에 태워 주고 가는 모양.
이러이러하게 돌아서 가면 요금이 어떻게 되나요? 하길래
대충 계산해 보고 한 만3천원 정도 되겠네요 라고 말해줬다.
한 사람 내릴 때마다 서로 요금 내겠다고 투닥거리더니만
결국 그 중 한 사람이 차주를 협박해서 돈을 주고 간 모양이었다.
차주가 요금 주면서 이거 저 친구가 주고 간 돈인데 기사님 다 가져가세요.
확인해보니 5만원짜리.
3.
우리 단골 손님이 직장 상사를 집에 보내면서 대리를 부른 모양이었다.
내가 그 부장님인지의 차를 몰게 됐는데
출발도 하기 전에 만원짜리를 내민다.
그래서 5천원짜리를 내드렸더니 갑자기 버럭 화를 낸다.
이게 뭐요?
거스름돈입니다.
근데 왜 5천원이오?
저희 기본요금이 5천원인데요.
허 참. 이보쇼, 거기까지 택시를 타도 4천원은 나와요.
그럼 대리는 그 2배는 받아야 할 거 아니오?
이거 가져가고 2천원만 내 놓으쇼.
장사를 하겠다는 거야, 말겠다는 거야.
번외.
이건 내가 받은 건 아니고 같이 일하는 형님이 받은 거.
삼척시 시의원이라는 사람이 기사 두 명을 불렀는데
본인은 도계까지 가고 와이프는 서울로 간단다.
요금은 도계까지 10만원, 서울은 25만원에 합의가 됐다.
그런데 당장 갈 수 있는 기사가 저 형님 한 명밖에 없어서 사장님이 같이 갔는데
그래도 기사에게 비싼 콜을 줘야 하니 저 형님이 서울을 가기로 한 거다.
문제는 정작 손님 만나서는 차를 잘못 탄 거지.
고속도로 들어서서 서울쪽으로 가자는 손님 말에 사장님이 당황하자
그 이유를 물어 본 손님이 남편한테 전화를 걸더니
이러이러하게 됐으니까 그 기사님 한 5만원 더 드려 라고 하더란다.
물론 본인은 25만원 다 내고 갔다.
번외2.
이건 팁 받은 이야기는 아니고.
손님이 전화를 해서 원주까지 요금을 물었다.
원주까지는 12만원입니다.
어.. 그럼 25만원 드릴 테니 좀 와 주세요.
?? 12만원만 주시면 되는데요.
아 지금 대리 4번째 부르는 건데 오는 기사님들마다 다 취소하고 가시더라고요.
뭔가 느낌이 싸아했다.
저 실례지만 차량이 뭔가요?
람보르기니요.
...죄송합니다. 저희도 안 될 것 같습니다.
기사들에게 묻지도 않고 내 맘대로 거절했는데
기사들도 이야기 듣더니 다들 잘했다고 하더라.
멋모르고 갔으면 인생 조질 뻔 했네 라며.
스미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