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지구대에서 대리운전 부르는 건 음주 단속에 걸린 사람들 때문인데
그래서 순간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이 동네 어제 역대급 산불 덕분에 단속이고 뭐고 없었을 텐데.
지구대에 갔더니 아저씨 셋이 담배를 피우고 있더라. 딱 봐도 삘이 왔다.
경찰에게 차 키를 받으러 갔는데
나보다 한 서너살 어리게 생긴 경찰 분이 키를 주려다가 순간 멈칫하더니
"저랑 같이 나가시죠."
하고는 성큼성큼 밖으로 나가더라.
밖으로 나가는데 들리는 소리가
"일단 키를 받아서 기사양반은 돌려 보내고 그냥 끌고 갑시다."
이 지랄...
그러다가 키 들고 있던 경찰에게 딱 걸려서 또 한 소리 들었지.
아들 뻘밖에 안 되어 보이는 이에게 설교 듣는 모습을 보니
저러고 싶을까 하는 생각밖에 안 들더라.
운전하면서 대충 이야기를 듣자니
A와 B가 술을 마시다가 집에서 자고 있는 C를 깨워서 불러냈는데
이 C가 차주였다.
셋이 술 한 잔 하고 노래방을 가기로 했는데
대리운전을 부르려는 C를 A가 말린 거다.
"요기서 조기인데 뭘 대리를 불러?"
"어차피 오늘 산불 때문에 단속도 읎어."
그리하여 C가 직접 차를 몰고 가다가 하필이면 목적지 바로 앞에서 사고가 난 거지.
뭐 옆에서 누가 뭐라 했든 운전한 건 본인이니까 자업자득이긴 하지만...
그래도 B는
"형님, 벌금 나오면 연락 주세요. 다는 못 내도 1/3은 제가 내 드릴게요."
라고 하는데 A는 그런 말도 없더라.
덧붙여 말하자면 아까 지구대에서 헛소리하다가 경찰한테 걸린 것도 A였다.
그나저나 그 양반들 노래방에서 나와서는 또 직접 끌고 갔겠지...?
그래서 저같은 경우 저녁에 누구 만나러가면 대중교통을 이용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