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나서..내용이 좀 길것 같네요 ㅠㅠ
이 무능한 헤드헌터를 통해서 포지션 외에 근무환경/연봉조건도 모르고 2차 면접까지 진행했습니다.
* 헤드헌터에게 지금보다 3백 이상은 더 받지 않을까요 란 말은 들었어요. 실망...
직접 물어보니 야근도 많은 편이랍니다. 대부분 새로 배우는 업무고요.
2차 면접은 제 분야가 아닌 '영업 채널전략' 이더군요.
대상도 기존에 제가 하던 가전과는 전혀 새로운 제품이구요.
시장조사부터 열심히 준비해서 갔습니다. 1차와 같이 CEO, 인사부장님이 들어올꺼라고 들었지요.
근데 오늘 오전에 들어갔더니 나 참 어이가 없어서...
생각도 못했던 영업팀, 마케팅팀 부장님들? 도 합류하고 2차는 영어면접이라네요;
- 네? 그런말 전혀 들은 적이 없었는데요?
- 2차는 원래 영어면접인데 모르셨나요? 그래도 한번 해보세요(?!?!?!?)
* 비공개 채용인데 제가 어떻게 그걸 압니까;
아니 1차때도 1차로 채용결정이라고 들었는데, 나중에 집에 가서 2차 PPT 면접이 있다고 연락왔었거든요.
발표 주제도 명확하지 않고 두리뭉실하게 내줘서 제가 다시 문의해야 했구요.
* 회사의 시장 상황에 맞는 채널전략?? -> 어떤 상황? 무슨 채널? 영업? 온라인? 이런 식입니다.
뭐 아무튼 당황스럽지만 영어야 늘상 하던거니 그냥 즉흥적으로 ppt 발표를 했고 나름 잘 했습니다.
새로운 시장과 제품에 ppt 면접도 처음이라 솔직히 즉흥적으로 영어로 끝까지 해낸것도 스스로 칭찬하고 싶습니다.
아니 그런데 질문은 기본적으로 ppt 발표가 끝나고 해야하는거 아닙니까?
안그래도 영어로 즉흥적으로 하는거라 헷갈리는데, 페이지가 넘어갈 때마다 영어로 압박 질문을 하는거에요.
전 당연히 제 경력에 맞게 상품개발 측면에서 여러가지 아이디어를 조사해갔고,
CEO는 영업측면에서 메인 상품을 실제로 어떻게 팔건지에 대해 포커싱을 했나봐요.
제가 그런 회사의 현황을 인터넷으로 어떻게 압니까!!
ppt 도중에도 계속 질문이 오가면서(영어) 포커싱에 대한 딴지를 걸길래,
- 일단 전 주제에 대해 이렇게 이해했고 열심히 준비했으니 일단 들어보시고 판단을 해주시길 바랍니다.
이렇게 얘기하고 넘어갔어요.
끝나고나니 매장을 가봤냐고 하더군요.
- 네 주말에 시간이 나서 명동쪽에 한번 가봤습니다. 블라블라
여기부터 가관입니다.
- 아니 최소한 10군데는 가봐야 하는거 아닙니까?
- 그러니까 ppt에서 열정이 전혀 보이지 않는것 아닙니까?
- 지금 아무 대학생이나 붙잡아서 시켜도 이것보단 잘 만들 수 있습니다.
- 당장 밖에 있는 직원을 시켜도 이것보단 다 잘 만들 수 있어요.
아니 그럼 직원을 왜 뽑나요?
이런게 압박입니까?
제 ppt를 관련 마케팅 종사자 지인 여러명에게 보여줬지만 다들 잘 만들었다고 했습니다.
업무시간 이외에 틈틈이 시간내서 열심히 준비했구요.
기분이 팍 나빠지더라구요.
무직자도 아니고 경력에 회사를 다니고 있는 사람한테 너무 많은 요구를 하는거 아닌가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근무환경, 업무의 바운더리, 제시연봉도 정확히 안주고 포지션에 대한, 회사에 대한 열정을 어필하라는건 말이 안되는거 아닐까요?
그러더니 마지막엔 CEO가 3차 면접으로 한번 더 보고싶다고 합니다.
- 이번엔 우리의 포지션에 대한 열정을 좀 볼 수 있는 ppt를 준비했으면 좋겠네요.
그 놈의 열정...결국 제가 준비한 ppt는 성의가 없었다 이겁니다.
'매장을 돌아보며 직접 물어본 자료' 가 없기 때문에요.
그러고나서 나오면서 인사담당자님과 얘기를 하는 도중에
면접에서 뵜던 영업쪽 부장님?이 지나가면서 얘기하더라구요.
- 사장님이 저렇게 3번째까지 보자고 하는 면접자는 없었는데 마음에 굉장히 드시나봅니다.
다만 아까 말씀하셨던 '열정' 부분만 잘 준비하시면 될것 같아요.
응?!?!? 마음에 안드는것 아니었나? 아무 대학생보다도 못한 ppt라더니?
갈피를 못잡겠더라구요.
1차 때부터 계속 질문하는게 있었어요. 오래 남아있을 사람을 뽑는데, 당신이게는 아직 확신이 안선다.
회사는 바꼈지만 연봉이 적어도 팀장님 믿고 한 팀으로만 5년 동안 따라다닌 사람한테 이게 할 말입니까?
(이력서에 있고 1차때 얘기해줌)
반전은 여긴 굉장히 유명한 미국회사의 한국법인입니다.
그러고보니 면접비 같은 것도 없었네요. 물 한잔씩 먹고 나왔습니다.
포지션도 마음에 들고 연봉도 괜찮고 회사 브랜드도 마음에 들지만,
제가 아무리 급해도 3차 면접엔 응하지 않을것 같습니다.
여기만 매달릴 이유도, 시간도 없고, 무엇보다 대실망입니다.
지원자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으니 일을 하더라도 대우가 어떨지 상상이 가네요.
회사에 대한 예의와 열정을 바라기 전에 본인들도 그런 대우를 해주고 있는가 좀 생각해봤으면 좋겠어요.
지원자도 나름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건데 말이죠.
과연 영어 능통자에 상품개발/마케팅/영업 능력을 모두 갖추고 (들어가지도 않은)회사에 대한 열정이 가득한 지원자가 또 있을까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ppt 준비하면서 나름 배운것도 많으니 좋게 생각하려고 합니다.
틈틈이 준비했던 시간은 아깝지만 서류합격한 곳이 또 있으니 그 곳을 준비하면서 마음을 좀 다스려야겠어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답답해서 쏟아내봤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