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날이다.
구직을 하러 간 곳에서는 채용시킬 생각도 없으면서 말을 늘어놓더니
같잖은 설교까지 들었다.
난 당신의 학생도 아니고 아는 사람도 아닌데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아버지의 추천으로 간 곳이라 말할 수 없었다.
아버지 아는 사람이라 늦지 않으려고 준비도 하고 어정쩡하게 잠들까봐 잠도 안자고 갔었는데..
억울한 마음으로 밥을 먹는 도중
입원해있던 반려동물이 곧 죽을 것 같다는 연락을 받았다.
바로 갔지만 마지막을 지켜보지 못했다.
늦어버렸다.
근 7년을 함께한 우리 토끼
잘해준 게 없는 것 같았다.
그 와중에 동물병원비를 돌려받는 걸 계산하는 나도 싫었다.
병원비가 백만원이 나왔었는데 70만원 가량의 돈을 돌려받았다.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었기에 빨리 가버린 것인지..미안한 마음
죄책감이 나를 짓눌렀다.
데리고 와서 집 옥상에 묻어줄 준비를 하면서
심신이 다 지쳤었다. 극심한 스트레스와 여러가지 도구를 옮기다가 급격하게 지쳐버렸고
준비를 마치고 동생과 함께 마지막으로 묻을 생각에 일단 샤워를 마치고
옆에 두고 잠시 잠을 잤다.
동생에게 뭐라고 얘기해야할까..토끼를 가장 좋아했던 건 동생이었다.
퇴근 후 동생에게 하늘나라로 간 얘기를 전하고 서로 돈없는 인생과 좆같음을 토로하는 시간을 갖고
제대로 묻어서 우리 토끼를 보내줬다.
미안했고 미안했다.
그동안 못해준 것이 많이 떠올랐다. 잘해준 게 별로 없었고 그냥 집에서 키우기만 했다.
어디 데리고 나가지도 못했다..
이 글을 쓰는 와중에도 여러 감정이 교차하고 있다.
옥상에서 내려와 TV를 켜고 컴퓨터를 하던 중
Happy New year란다.
전혀 happy하지도 않고
눈에 보이는 앞날때문에
New하지도 않았다.
그냥 1년이 시작 될 뿐이라는 생각만 들었다.
두번다시안볼생각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