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덕분에
사실은 게을러터진 덕분에
직장도 안 다니고 있고
더할나위없이 따분하고 한가로운 나날을 보내던 중에
남들은 이미 생활비에 보태고
알뜰하게 쓰네마네 난리통인 이 물건을
어떻게 써야 잘 썼다고 소문이 날까
한참을 고민을 하다가...
에라 모르겠다
내 맘대로 쓸 수 있을거 같지도 않고
와이프 쓰셈 하고 떠넘긴 것이 화근(?)이었는데
토요일 오후
와이프로부터 연락 옴
"미용실에서 펌하고 염색하고
콘택트렌즈도 사고 돈 좀 쓸껭!"
뭐...
그러던가...
"으흐흐... 알아써... 으흐흐흐..."
아 씨...
뭔가 쎄한데...
그냥 내가 쓸 걸 그랬나...
그리고 외출을 다녀온 와이프가
플렉스 해버림
(너무 놀란 나머지 상황판단중인 내 모습)
"재난지원금 다 써도 좀 모자라서
내 돈 10만원 정도 더 얹어서 샀어
어차피 이 때 아니면 언제 이렇게 써보나 싶어서 ^^
얼른 뜯어봐!"
(눈이 부셔 바라볼 수 없는 마느님의 후광)
뭐 아무튼
그렇게 상황판단도 마무리했겠다
맘 놓고 뜯고 살펴보기 시작함
포피니카혼 소드피쉬II
전혀 기대도 안했고 생각도 안한 물건인데
와이프의 취향이 잔뜩 반영된 것으로 추측
때깔도 고급지고
영롱하기 그지없구나...
사람들이 이래서 초합금 사는구나 싶음
책장에 있던 것들 집어치우고
당당하게 한 자리 차지
와이프는 매일매일 소드피쉬 홀릭 상태
그란디스타 록맨
반프레스토 제품이던데
솔직히 록맨 좋아하면서도
이런 게 있었나 갸우뚱했던 제품
내가 와이프 다음으로 좋아하는 게
록맨, 탕수육이다 보니
(참고로 부모님보다 탕수육이 더 좋음)
이 제품을 뜯어서 보는 순간
가격은 둘째치고 만족도가 그냥...
여보 사랑해
염장질 방지 취소선
마지막은 태양기사 갓건담 명경지수 버전인데
사실 노멀컬러가 갖고 싶었었으나
실제로 보니 그런 생각이 쏙 들어가버림
SDX 한정판이나 후기 제품들은
품질이나 마감이 뒤떨어진다는 이야기도 종종 있어서
내심 불안했는데 그 불안감이 싹 가시게 만드는
오묘한 삼라만상의 컬러(?)가 아주 만족스럽고
TV판 갓건담의 경우
이름만 가져왔다 뿐이지
강력하고 폭력적인(...) 것 빼고는
특별한 이름이라 느껴지지 않았는데
이건 괜히 갓건담이 아니구나 싶을만큼
멋지고 강렬하고 임팩트가 좔좔 흘러넘친다
눈깔도 시뻘건게 괜히 갓이 아니다
아주 그냥 갓 오브 워 건담이래도
이상하지 않을 지경이다
와이프는 요즘들어
본인이 살도 찌고 늙었다고 생각하는지
(나보다 2년 더 늙기는 했음)
자꾸 본인이 괜찮은지를 물어보는데
솔직히 괜찮아서 괜찮다고
난 좋다 상관없다 말해주는것도
하루이틀이지 좀 짜증나서
에라이 여편네야
자신없음 뭐 혼자살거야? 소리가
간간히 목구멍까지 올라왔었는데
솔직히 외모는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니 확답은 못해도
성격만 놓고보면 루리웹에서도 원픽감이라는 걸
이제 좀 깨달을때도 됐지 싶다
내가 용돈이 없는것도 아니지만
와이프는 날 위해서 항상 아끼질 않는다
비록 얼굴은 푸린에
몸매는 피카츄같고
마음은 고라파덕같지만
이런 와이프 만나기 쉽지 않으니깐...
평생 잡혀서 살아야지
헷
P.S : 와이프가 대부분 하비랜드에서 구매한 물건들인데
SDX 갓건담 있냐고 주인한테 물어보니
옆에 왠 빨간티셔츠를 입은
누가봐도 건덕스러운 아저씨 한 명이
물건을 찾아주며 설명을 해주었다고 함
남편 분 건담사는 거 싫지 않으시냐는 물음에
뭐 어때요 지가 벌어서 사겠다는거
(사실 무직이긴 하지만)
그 모습을 본 아저씨는
대단하시다고 감탄을 연발했다고 하는데
이 자랑거리가 되는 이야기를
반드시 빼놓지 말고 적어달라고(...) 하길래
안 내키지만 적어봄...
자랑을 대놓고 하면 그게
자랑이 되겠습니까 이 여편네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