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반신반의하게
이런 날씨에 이런 길바닥 상태에
자전거를 타는 게 현명한걸까 생각하며
자전거를 끌고 큰 길가로 나와보니 왠걸
대구는 다른 지역에 비해
눈이 적게 와서 그런건지
바닥이 드러날만큼 대부분의 눈이 녹아있었다
꺄핳♥
역시 이 정도의 기후는
나의 퇴근을 막을 수 없었던게로군
그렇게 왕자의 걸음으로 자전거도로에 입장하여
전기자전거 위에 몸을 싣고
악셀을 힘 있게 당기는 순간 깨달았다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는 걸
내가 자전거를 타는것을 알고
혹한기의 요정 잭프로스트가
잠시 다녀가기라도 한 것일까
엄청난 위력의 강풍과
살을 찢는 추위의 한파가 느껴졌다
내 자신의 결정을 후회하기도
이미 늦었을 무렵,
희미해져가는 정신과
자전거 핸들을 부여잡고
고개를 치켜드니
감히 겨울 추위따위가
자신을 막을수는 없다는 듯이
하드코어하게 아침산책을 즐기는
6~70대의 프로산책러들도
리치킹을 만난 것 마냥
미친듯한 추위와 날씨에
추풍낙엽처럼 떨어져나가기 일쑤였다
그리고 아직 퇴근길 반도 채
도달하지 못한 나 역시도
프로스트 노바 앞에 무릎을 꿇게 될 것 같았으나
어떤 화백이 남긴 한마디가 생각났다
"육체는 단명하나
근성은 영원하다..." 라고...
내 교통비 아끼려고
와이프가 어떻게 장만해준 전기 자전거인데
이깟 추위에 무릎 꿇을 수 없다!!!
나는 그렇게
내 안에 잠들어있던 투지와
근성을 폭발시켰다
어디서 솟아나는지 알다가도 모를 에너지와
택시비를 아끼기 위해
근성을 발휘했던 나는 그렇게
평소보다 5분 더 걸리긴 했지만
자전거를 타고 아무탈 없이 집에 도착했고
욱체는 단명하나
근성은 영원하다는 말은
사실로 판명되었기 때문에
이제 단명하겠지... (응?)
모두들 근성발휘 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