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일어나고 있는
장애인 시위를 말하기 전에
제 집안의 개인사를 먼저 말하고자 하는데...
저희 집안에 큰 집에서
자식이 오랫동안 생기지 않았는데
작은 집에서 아이를 갖게되고
갓난아기는 그렇게 태어나자마자
생모와 생이별하여
큰 집에 양자로 들어가게 됩니다
비록 배 아파 낳은 자식은 아니었으나
같은 집안에서 태어난 핏줄이기에
부족하지 않은 사랑을 받을 수 있을터... 였습니다만...
갓난아기는 100일이 지나기도 전에
예방접종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뇌염모기에 물리게 되었고
이것이 소아마비로 진행이 되어
한쪽 다리가 제대로 자라지 않는
장애를 안고 살아가게 됩니다
(사진 속 모습이 그나마
당사자의 상태와 좀 비슷하군요)
신체적인 불편함도 문제긴 했지만
더 큰 문제는 그와 함께 따라오는
마음의 병이었습니다
양부모는 자신들이 아들을
입양하지 않았더라면...
하루도 후회하지 않는 날이 없었고
아들은 양부모를 원망하면서도
그런 마음을 갖는 자신을 자책하며
항상 부모님에게 미안한 마음을 지니고 있었거든요
그래도 꿋꿋이 살아야만 했기에
약자를 향한 멸시와 따가운 시선들을 피하려
부던히도 애쓰며 살았습니다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숨기려
한창 더운 여름에도 긴바지가 아니면 입지 않았고
행여나 무시당하지 않을까
누구보다 단정하고 깔끔하게 다녔지만
100% 숨기면서 살 수는 없었겠지요
아이에서 소년이 되고... 어른이 되고...
그러다 가정도 꾸리고 아이를 낳은 이후에도...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사회적 약자라는 이유로 당해야 했던
그 수모는 이루 말할수 없었습니다
글로 다 적는것은 무리겠으나
살아서 돌아온 것이 용할 정도로
이유없이 맞고 돌아온 적도 많았습니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꿋꿋하게 삶을 살아왔고
두 아들도 어느새 자라서 군대도 다녀왔으니
얼마 남지 않은 환갑을 바라보며
시골에서 편안한 노년생활을 준비하려던 그는
한적한 전원주택 농경생활을 꿈꾸며
외진 곳으로 이사온 지 1년이 되던 날로부터
이틀을 남겨두고...
끝내 자신의 고단한 삶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생을 마감하게 됩니다
위 이야기에서 언급되는 소아마비를 앓았던
당사자는 바로 저의 아버지 입니다
저는 어려서나 나이 들어서나
딱히 아버지를 불편함이 많아서
남들보다 더 힘들고 수고스러운
그런 장애를 가진 사람이라거나
동정심을 가져야 할 대상으로 생각해본 적은 없습니다만
이따금씩 아버지에게도
위로가 필요하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었지요
신체적으로 불편하기 때문은 아니었습니다
사람이 장애를 갖고 살아가게 되면...
신체적 불편함만을 동반하게 되진 않습니다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지 않고
힘내서 씩씩하게 살아가야 한다는 시점에서 이미
장애를 지니지 않은 사람보다도 월등하게
더 많은 노력과 인내를 필요로 하거든요
남들보다 장애가 덜하면 덜했지
장애등급이 엄청 심한 사람은 아니었는데도
아버지가 겪는 일들을 곁에서 보고있다 보면
인간이 누려야 할 최소한의 가치와
대접조차 못 받는 삶이 세상 속에는
무수히 넘쳐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싶지 않아도 자연스레 알게 되더랍니다
그렇다고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이렇게 괴롭고 힘들게 살아가고 있으니
가엾게 여겨달라거나 곁에서 도와달라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제 아무리 멘탈이 튼튼해서
씩씩하게 견디면서 살아도...
똑같은 사람이잖아요
가족이다 보니 제가 아버지에게
과도하게 이입해서 느낀 편견일수도 있지만
인종차별, 성차별, 군대 계급차별은
쉽게 거론하고 입에 오르내리지만
장애인에 대한 이야기는...
차별하지 말자고 말하는 건 양반이고
장애인들이 겪는 삶에 대한
관심조차 받기가 참 어렵습니다
비록 제가 장애를 앓았고
아팠던 사람인 것은 아니지만
장애인 차별이나 배려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장애인들의 삶은 어떠한가에 대한
기본적인 관심들이 많이 부족해요
지금 숨쉬고 걷고 먹으러 다니는
여러분들의 동네와 그 주변에도
우리 눈에 띄지 않는 장애인들은 많이 있습니다
루리웹과 마이피만 하더라도 그렇겠지요
그들이 이번에 이렇게
다수의 사람들이 불편을 겪게 됨에도 불구하고
이런 방식으로 시위를 하게 된 것은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그 누구도
장애인들의 삶과 실태에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작금의 현실도
전혀 무관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제 아버지께서는 평생 고통받다가 떠나셨고
지금와서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한들
무슨 소용일까 싶기도 하지만...
아버지처럼 고통받는 사람이
조금이나마 줄었으면 좋겠습니다
장애인이건 장애인이 아니건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고 양보하는 사회가 되길 바래요
이번 시위의 방식에 대해
비난하는 사람들도 많은 거 같지만
직접적인 손길을 내밀수는 없더라도
그들의 투쟁을 외면하지 않으려고...
아버지가 겪어온 일들도
잊지 않으려고요
그렇기에 꺼내기 어려운 이야기라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더더욱 고개 숙여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