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잠깐 아르바이트를 했었는데요, 사장이 돈을 안 줘서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넣었습니다. 노동부 쪽에서는 나름대로 중재를 하는데 이분들은 권한이 약해서 '우리 말 안 들으면 우리로선 더이상 어쩔 수 없다. 고소해서 법원으로 넘어가야 한다'라는 식이더라구요. 어쨌든 그래서 고소장을 접수했었죠. 그러고서 몇 주 지나서 법원에서 전화가 왔는데 재판 넘어가기 전에 조정이라는 절차가 있다고 하더라구요. 조정위원 입회 하에 서로 입장 밝히고 합의가 되면 합의하는 식이라고 합니다. 물론 고소인과 피고소인 모두 조정에 응할 의사가 있어야 거쳐가는 절차고요. 통화 상으로는 일단 저는 조정할 의사가 있다고 했는데 사장은 어떻게 하려나 하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나중에 사장도 동의한 모양인지 조정 일자가 잡혔으니 출석하라고 연락이 왔는데 그게 바로 오늘이었습니다.
먼저 도착해서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사장도 왔습니다. 저는 뭐 가볍게 인사하는 척은 했는데 그 쪽은 완전 무시하더군요. 그러고서 말없이 한 10여분 기다리고 있었더니 먼저 조정하던 것이 끝났는지 이름이 불려서 들어갔습니다. 이게 액수는 적은데 얽힌 사연이 조금 길어서 막 서로 구질구질하게 자기 주장을 막 했었는데, 핵심만 요약하면 제 입장은 "원래는 일당만큼만 받을 생각이었는데 이런 식으로 임금 체불하고 연락 안 받고 짜증나게 해서 주휴수당까지 청구를 해야겠다. 일당+주휴수당을 내놓아라"였고, 사장 입장은 "주긴 주겠는데 주휴수당이 웬말이냐, 일당만큼만 주겠다"였습니다.
양측 의견을 들어보더니 일단 피고소인부터 잠시 나가달라고 해서 사장만 방을 나갔습니다. 그리고 조정위원이 저한테 그냥 사장 입장대로 하는건 어떠냐 하는 식으로 말하길래 제가 절대 양보할 수 없다고 뭐 제 입장의 정당성을 막 설파하고 그랬죠. 그 다음은 제가 나가고 사장이 들어가서 사정청취를 하고, 다시 제가 호명되어서 들어갔더니 조정위원이 말하길 제가 달라는 액수대로 주기로 했다고 합니다. 여기까지는 일단 좋았습니다.
그러면서 4월 17일까지 입금하겠다고 했는데 사실 이 때 한 번 따졌어야 하는 거 아닌가 하고 후회가 됩니다. 이미 1월 것이 지금까지 체불된 상황인데 또다시 유예기간이 이렇게 18일이나 주어지는 건 좀 웃기잖아요. 그런데다가 사장이 저한테 주소가 어디냐고 묻는겁니다. 그래서 주소가 왜 필요하느냐고 물었더니 사장이 저한테 우편물을 보낼 게 있다면서 그러더라구요. 좀 이상한 것 같아서 '주소를 왜 알려줘야 하는거지?' 하고 속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조정위원이 옆에서 주소 알려줘도 될 것 처럼 묘하게 거들길래 뭔가 이 조정절차와 관련된건가 싶어서 그냥 알려주고 말았는데 아무래도 실수한 것 같습니다.
그러고 나서 합의서를 쓰고 다른 직원분이 들어오더니 사장한테는 해당 기한 전까지 입금하고 영수증을 법원으로 팩스로 보내달라고 하고, 저한테는 기한이 지나도 입금되지 않으면 연락을 달라면서 전화번호를 주고 합의서 복사본을 서로 나눠갖고 나왔습니다. 그런데 집에 오면서도 날짜 관련해서 따지지 못한 부분이랑 주소를 그냥 알려줘버린게 너무 기분이 나쁘더라구요. 알려줘버린 이상 어떻게 해야 좋을지도 모르겠고, 그냥 알려줘버린 바보같은 나 자신도 싫어지고 말이죠.. 별 생각이 다 듭디다. 여러 해 전 작고한 저희 부친이 되게 강압적인 스타일이었는데 부친 때문에 내가 그럴 때 잘 따지지 못하는 성격이 된 것 같아서 부친도 막 원망스럽고요 ㅋㅋ
후...정말 돈 얼마 되지도 않는건데 이걸 가지고 몇 달씩이나 질질 끌고, 혹시나 해코지 당하지 않을런지 쓸 데 없는 걱정거리까지 스스로 만든 셈이라 조정은 제가 원하는 방향대로 되었는데도 너무 기분이 안좋아서 하소연해봤습니다. 여러분들은 혹시 저같은 경우를 당해도 저처럼 바보같이 행동하지 마세요 ㅠㅠ
이건 사장들이 공유하는 블랙리스트에 쓰려고 주소를 받아갔을 공산이 매우 높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