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해먹기도 귀찮아서 편의점 도시락으로 대충 때우려고 CU로 갔습니다.
거기서 처음보는 제품이 있길래 궁금하기도 하고, 어차피 전 어지간한건 맛있게 먹는
그야말로 신이내린 미각마비 똥입이기 때문에 먹을만 하겠지 라는 생각으로 골랐습니다.
하지만 전 잊고 있었습니다. 하늘 위에 더 높은 하늘이 있는 법이라는 걸요.
CU는 여러분들의 미각을 테러하기 위해서 이 제품을 준비하였습니다.
그것도 편의점 도시락치고는 비싼 5천원이나 받으면서요.
그야말로 가격과 맛 두가지 테러를 동시에 선사하겠다는 놀라운 의지를 가진 제품입니다.
일단 이런 도시락에 들어가는 고기 질이라고 해봤자 하급중에 하급인건 뻔합니다.
그런데 그마저도 무슨 배짱인지 양념조차 안해놓은 말 그대로 스테이크를 만들었어요.
지금 내가 씹는게 고기인지, 아니면 지우개인지, 혹은 내가 모르는 새로운 고기가 존재하는지
음식에 관한 심각한 고찰을 하게 만듭니다.
이 음식을 먹으면서 저도 맛평론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기대감을 선사해주었습니다.
옆에서 '그게 맛있니?' 라는 표정으로 쳐다보시는 어머니께
'어머니. 오늘부터 저를 교이쿠 센세라고 불러주세요' 라고 말씀드릴뻔 했습니다.
거기다가 같이 들어있는 감자, 당근 등은 맛없음을 한폭 더 증가시켜주는데 일조합니다.
환장의 콜라보레이션이란게 이런 것 이라는걸 느꼈습니다.
그나마 나머지는 그런대로 먹을만해서 망정이지 그거마저 엉망이였으면
음식물 쓰레기통으로 직행 할 뻔 했습니다.
그래도 어떻게든 환경을 아끼자는 마음에 꾸역꾸역 입에 집어넣는데 성공은 했네요.
제가 어지간하면 소화불량이 오지 않는데 지금 까스활명수를 마시면서 이 글을 적고 있습니다.
저 까스활명수 거의 10년만에 마셔보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