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Dium MYPI

TeDium
접속 : 5183   Lv. 59

Category

Profile

Counter

  • 오늘 : 37 명
  • 전체 : 17988 명
  • Mypi Ver. 0.3.1 β
[기본] 영화 몽타주 보고 왔습니다(스포일러) (7) 2013/05/20 PM 11:17
결론부터 말하자면 꽤 미묘한 영화입니다. 별점 3개 반 ★★★☆

장르를 보니 스릴러, 드라마로 되어있는데 확실히 드라마가 더 강합니다.

얼핏 보기에는 나름 영리한 시나리오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치밀하다고
하기에는 군데군데 커다란 구멍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사건 중요 참고인인 할아버지가 실종이 되었는데 경찰들이
전화만 한번 걸고 달리 신경을 쓰지 않는다던지, 범인이 전화를 거는
타이밍이 기가 막히게 맞아떨어진다던지 하는 점들이 있습니다.

물론, 영화상의 극적인 효과를 위해서 조금 과장된 부분들이 있을 수 있으므로
이 부분들은 그냥 그러려니하고 넘어갈 수 있지만 이야기 전개에 있어서
이 영화는 스릴러가 줘야 할 긴장감이 조금 부족한 느낌입니다.

스릴러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영화가 반 정도 진행된 상황에서 어느정도
최종 상황을 예상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스릴러에 익숙하지 않으신 분들도
긴장감보다는 주연배우들이 느끼는 슬픔과 공허감에 더 공감하는 것이
쉬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릴러보다는 드라마에 힘이 더 강하기때문에 저처럼 스릴러의 오금이 저리는
그 긴장감을 기대하셨던 분들이라면 실망하실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시종일관
집중해서 볼만한 영화이고 즐길만한 영화입니다.





























----------여기서부터 스포일러----------------

이제 내용 면에서 좀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영화는 스릴러에서는 조금 고전적인
트릭으로 관객을 속여보려고 했습니다. 엄정화와 김상경의 사건을 교차해서 보여주는데
이를 통해서 시간대를 헷갈리게 만들어서 마치 엄정화에게는 범행이 불가능한 것처럼
보여주려는 것이죠. 그런데 이 트릭자체를 영화 내에서 꽤나 친절하게 중간에 알려줍니다.
음성메시지가 바로 그것이죠. 여기서 좀 긴장감과 반전의 충격이 꽤나 떨어지게 됩니다.
반전이 나오기 약 40~50분 전에 관객은 이미 엄정화가 범행이 가능했다는 것을 의식했던
의식하지 못했던 정보를 입수하게 되는 것이죠. 거기에 엄정화 대신 범인으로 지목되는
송영창도 저로 하여금 '얘가 범인이다'라는 확신을 주는데 실패했습니다. 게다가
주인공인 김상경이 이미 송영창이 범인이 아니라는 것에 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범인의 이미지 자체도 긴장감을 유발하기에는 조금 부족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드라마나
세븐데이즈, 그놈목소리 등에서 이미 많이 본 듯한 기시감을 가진 유괴범인데다가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했는지 영화 종반까지 엄정화의 딸의 사인을 밝히지 않습니다.
사인이 밝혀지지 않으니 저로서는 범인이 얼마나 무서운 인물인지 가늠할만한 척도가
부족했고, 범인에 대한 공포심이나 긴장감이 크게 생기지 않았습니다.

캐릭터의 경우도 스릴러보다는 드라마 캐릭터인 것 같습니다.
보통 관객의 입장에서 가장 많이 감정이입을 하고 공감을 하는 캐릭터는 당연스럽게도
주인공입니다. 반전이 있는 영화의 경우 반전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주인공캐릭터로
하여금 영화 전반에 걸쳐서 하나의 큰 오판을 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인공이
기반으로 삼는 전제 자체가 틀린 것으로 만들어서 공감을 했던 관객에게도 충격을 주는 것이죠.
위에서 이야기한 시간을 헷갈리게 만드는 트릭이야 너무 친절하게 가르쳐주니 제외하도록 합시다.
문제는 이 영화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김상경이 연기하는 오청호라는 캐릭터가
영화 내에서 큰 오판을 저지르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생각보다 반전에 힘이 없습니다.
영화도 종반에 가서는 사건에 집중하기보다는 캐릭터들이 느끼는 감정에 더 초점을 맞춥니다.

종반은 이 영화에서 가장 논란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인데, 앞서 말한 것과 같이
반전이 있은 후에는 이제 사건보다는 감정에 치중하기 시작합니다. 캐릭터들의 행동자체도
다분히 감정적이 되어가고 연출도 점점 감정적이 되어갑니다. 이 과정에서 조금 감독이
사회에 대해 비판하고자하는 욕심이 많이 들어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종반의 이야기는
아시겠지만 완전히 막가는 전개이거든요.

감독이 비판하고했던 것은 아마도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의 범죄 심판의 한계'나
'공소시효 제도'에 대한 것이 아니었나 예상해봅니다. 영화는 법적인 테두리안에서
범인을 잡는 것이 얼마나 답답하게 보이는지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보여줍니다.
딸이 유괴를 당해 정신이 없는 어머니에게 강압적으로 계획대로하라고 소리치는
수사팀장이라거나, 기차역에서 범인을 추격하는데 총도 못쏘고 발로만 열심히 뛰는
형사들이나, 오청호가 지원 와달라는데 지원을 번번히 거절하는 경찰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말이죠. 애초에 영화의 시작 자체가 공소시효를 통보하는 형사들을
향해 울분을 토해내는 엄정화로 시작하기도 합니다.

결국 종반에 가서 엄정화도 초법적인 심판을 위해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나고
형사인 김상경도 이에 동조하여 범죄에 가까운 협박을 범인에게 하여 거짓증언을
받아냅니다. 모두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것이죠. 거기에 영화의 엔딩은 해피엔딩으로
보이도록 만들어져있습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여기서 실망을 했거나, 혹은 통쾌한 심판이라며 좋아했을 것입니다.
여기서 이 영화의 평이 극명하게 갈릴 것이라 예상되네요.

오히려 이 영화의 재미는 사건의 흐름보다는 캐릭터들의 감정선을 따라가는데 있습니다.

관객들은 하여금 처음은 피해자의 마음에 공감하게 하였다가 그 다음은 가해자의
사정에 공감하게 만들었다가, 마지막으로 누구나 좋아하는 정의의 심판자의 심판에
공감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엄정화의 엇나간 모성애, 송영창의 엇나간 부성애, 김상경의 엇나간 정의.이렇게 말이죠.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몽타주는 실제로 영화내에서 누구라고 특정하기 힘든 얼굴로 나옵니다.
보기에 따라 누구도 될 수 있는 얼굴이죠. 이런 것들을 통해서 악마를 보았다처럼 관객들에게
'과연 몽타주 속 진짜 나쁜 범인은 누구인가?'라고 질문을 던지는 것입니다.

몽타주 속 인물은 엄정화일 수도, 송영창일 수도, 김상경일 수도, 또 엇나간 그들의
행동에 동조하는 관객들일 수도 있습니다.

























-----------------------스포일러 끝------------------------------------












이렇게 이 영화는 '스릴러의 탈을 쓴 드라마다'라고 저는 정의할 수 있겠네요.
드라마도 좋지만 저는 스릴러를 더 좋아하긴 때문에 딱히 제 타입이라고 말씀드리기 어렵네요.

그렇지만 정말 괜찮은 영화입니다. 구성도 나쁘지 않고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2시간 정도는
집중해서 볼만한 영화입니다. 15세이고 별로 잔인한 장면도 없으니 가볍게 한번 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쓰고보니 엄청 기네요. 다 읽어주셨다면 감사합니다.

신고

 

룰위웹    친구신청

스포일러에도 불구하고, 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만들어주셨습니다. ^^

Crips Gangsterz    친구신청

송영창이 기차에 추적기 부수는 거 보고 아 얘 할아버지 치고는 너무 노련하다 싶었었는데 ㅎㅎ 뭔가 있겠네 싶었음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엄정화가 범인인가 싶었었고;

TeDium    친구신청

룰위웹// 헉.. 아직 안보셨는데 스포일러까지 다 읽어보셨나요? 그래도 보고 싶으시다니 다행이네요ㅎ

TeDium    친구신청

Crips Gangsterz// 스릴러치고는 확실히 범인의 정체에 대해 너무 노골적으로 친절한 경향이 있죠ㅋㅋ 아마 많은 분들이 중간에 확신은 아니더라도 짐작은 하셨을 거라고 생각이 드네요.

Setsuna    친구신청

저랑 비슷하시네요. 치밀한 트릭으로 짜여진 완전범죄형 스릴러를 좋아하는데 생각보다 많이 다르더라고요.. 그래도 그 점을 제외하면 재밌게 봤습니다^^

TeDium    친구신청

Setsuna// 오! 저랑 좋아하는 스릴러의 형태가 비슷하시군요ㅎ 왠지 신기하네요. 제 주변에는 스릴러를 즐기는 사람이 별로 없더군요ㅎㅎ

^ㅅ^7    친구신청

전 영화관 알바하면서 퇴장받을때 미리 범인의 얼굴을 알아버려가지고
나중에 영화보면서 중간부터 잡혀버리니깐 완전 의아해했습니다ㅋㅋㅋ
그래도 꽤 괜찮은 영화였습니다.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