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로 작성하는 거라 글이 안 예쁘게 써질지도 모르겠네요.
스포일러를 피하고 관람한 보람이 있네요. 이래저래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였습니다.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한 낚시꾼이 낚시 바늘에 미끼를 끼우며
시작되는 이 영화는 영화 내내 관객을 낚기 위해 미끼를 던집니다.
무엇을 믿을 것인가? 어떤 것을 의심할 것인가?
영화를 보면서 나홍진은 스릴러를 잘 이해하고 있는 감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긴 상영시간으로 인해 자칫 지루했을지도
모르는 이 영화는 소름끼치는 긴장감과 몰입도 그리고 의외로
웃음을 선사해줍니다. 그 때문인지 이 영화를 관람한 후에
몰려오는 피로도는 어마어마합니다. 그에 반해서 시원스러운
결말은 없기 때문에 이 영화를 싫어하는 분들도 많으시리라
생각이 듭니다.
결과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이 영화는 어떤 특정한 답을 시원스럽게
내려주지는 않습니다. 완벽한 범죄와 그 진실을 파헤치는 그런 식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동안 영화는 무시무시한
연출로 관객을 낚고 관객은 온갖 지옥도를 보며 진실에 다다르려
하지만 미끼를 물고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이야기는 오리무중에
끔찍한 광경만 계속 연속되죠.
저도 관람후에 이 영화에 대해 나름대로의 결말을 정리해보려
했지만 쉽게 정리되지가 않더군요. 같이 보러간 친구와도 해석이
엇갈리는 모습을 보며 제 나름대로 이 영화를 '믿음과 의심'에
대한 영화라 정의내렸습니다.
주인공은 남을 의심하여 해를 입혀서 벌을 받았고 마지막까지
의심을 계속하여 죽음에 이르렀고, 주인공을 도왔던 부제는
의심을 넘어 일본인이 악마라는 확신(믿음)을 가지고 있었기에
일본인이 악마라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많은 분들이 일본인=악마, 일광=악마의 조력자, 무명=수호신
으로 해석을 많이 하시던데 관람 후의 제 생각은 달랐습니다.
일광은 사진을 가지고 있었고 찍는 장면에서 사건과의 관계를
부정할 수는 없지만, 일본인은 정말 악마였는가에 대하여
의심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많은 분들이 해석하시기에 버섯의
부작용은 그저 쉽게 믿고 싶은 진실(허구)로 보시는 분들이
많은데 오히려 그것이 사실일지도 모릅니다. 일본인을 처음
생고라니를 먹는 악마로 지목한 것은 건강원의 주인이었는데
부인 말로는 원래 산에서 뱀이나 기타등등을 많이 먹은 것으로
나옵니다. 그렇다면 건강원의 주인도 환각을 봤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후에 그 버섯은 건강식품으로 유통되어 여러 사람이
먹은 것으로 뉴스에 보도가 됩니다. 부제가 그 약을 먹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볼 때 부제가 일본인에게 낫을 들고 찾아가
담판을 짓고 일본인이 악마화하는 부분까지 모두 부제가
보는 환각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실제로 악마화한 일본인이
하는 마지막 대사는 영화 처음 장면에 나온 누가복음의 구절을
그대로 인용한 것이니까요. 부제의 일본인에 대한 공포가
환각에 투영되어 자신이 잘 알고 있는 성경의 내용까지도
반영되었을지도 모릅니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제가 멋대로 해석한 내용입니다.
어떤 것이 100% 확실한 해석이다라고 저는 정의내릴 수가
없습니다. 지금으로서는 어떤 해석도 모든 의문을 다 해결하지
못합니다. 어쩌면 이 영화의 해석은 처음부터 그런 것인지
모릅니다.
'너희 보는 바와 같이 나이니라'
영화의 처음과 끝에 나오는 누가복음의 마지막 구절입니다.
몇몇 분들은 부제가 신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기에
악마의 실체를 파악했다고 하시지만 제가 보기에는 부제가
그 일본인을 악마로 믿고 있었기때문에 악마로 보았다고
여겨집니다. 어떤 믿음을 가지고 누군가를 혹은 어떤 것을
보느냐에 따라 그 대상이 그렇게 보여진 것이죠.
강남역 사건이 일어난 후 모든 남성을 잠재적 범죄자로
믿고 보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모두 믿음의 차이라는
것입니다. 어떤 것을 믿고 의심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거죠.
타인에 대한 이질감, 그로 인한 막연한 의심, 그리고 의심이
믿음으로 바뀌며 나타나는 편견과 원인을 알 수 없는 공포.
감독은 이런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나
하고 조심스럽게 추측해봅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진짜 영리한 감독 같아요.
게다가 그 몰입감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