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년도에 입대해서 가끔 맞는 것 빼고는 별달리 어렵게 군생활한 거 같지는
않은데 창고에서 물건을 정리하고 있으려니 갑자기 생각이 나네요.
전입 당시에 저보다 일주일 먼저 전입 온 동기가 2명 있었는데 저도 뭐
힘들었지만 동기들이 선임들이 쪼는 거에 엄청 힘들어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정도였냐면 제가 있던 곳이 보급대라 일주일에 3번씩 식재료를
배분해주러 가는데 거기에 식품검수용으로 놓여있는 식칼을 보고
저한테 찔러 달라고 얘기를 하거나 고기같은 거 나눌 때 쓰라고 있는
도끼같은 걸로 찍히면 의가사할 수 있을까하는 얘기를 할 정도였습니다.
농담일수도 있긴한데 일단 말할 때 표정이 눈에 힘도 하나도 없고
우울한 표정이기에 심각하게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이 일에 관해서 분대장에게 말도 해봤는데 이 분대장이
전역이 한달도 채 남지 않아서 귀찮아서 그랬는지 아무런 조치도
해주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에 신병간담회라고 주임원사가 하는
그런 게 있었는데 거기에서도 이런 일이 있었다라고 따로 얘기를 했는데
여전히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전입 후에 한달 반 정도 지난 시점에서 동기 상태도 좋아지지 않는 것
같고 아무런 조치가 없어서 중대에 마음의 편지함이 안보여서 그냥 대대장
마음의 편지함에 위 상황에 대해서 써서 넣어버렸습니다.
주마다 쓰는 마음의 편지는 다 같이 모여서 쓰기때문에 뭘 쓰기만하면 다들
쳐다보고 제출되고 나서도 소대장이 바로 가져와서 공개처형되기때문에 쓰기
부담스러웠고 위험부담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약 2달간 아무런 조치가 없어서 이 놈의 군대는 아무것도 안하는구나
싶어서 포기하고 있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기무대나 헌병대도 해결을
안 해줄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구요.
그리고나서 신병휴가를 갔다가 오니 갑자기 부대가 뒤집어져 있는겁니다.
알고보니 휴가간 사이에 무슨 변덕인지 대대장 마음의 편지함을 몇달만에
열었고 뒤늦게 발견된 편지에 난리가 났던거죠. 아마 읽어보면 누가
적었는지는 뻔히 알았을겁니다.
그 후에는 저만 남고 다른 동기들은 다른 분대로 다 옮겨지고 괴롭힘을
주도했던 선임도 다 옮겨졌죠. 동기들이 다른 분대로 가면서 너는 남는데
괜찮겠냐고 물어보는데 그때는 뭐 또 괴롭히면 어차피 또 찌르면
해주겠지 싶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저는 진급누락도 당하고 했지만
그 당시에는 어차피 그래봐야 월급 5천원 정도 차이라 그냥 뭐
그러려니 했습니다. 중대 화장실이랑 행정실 앞에 마음의 편지함도
그 이후에 설치가 되었습니다.
군대 있을때도 창고에서 일을 했는데 오랜만에 창고 정리를 하고
있으려니 그때 생각이 나네요.
간부들은 진급때문에 쉬쉬 덮으려고하고
타부대에서 무슨 이유로 왔는지 간부를 통해서 퍼지는 시스템을 깨닫고 참을 수 밖에 없었죠.
그러던 어느날 타중대에서 휴가간 병사가 인터넷으로 터트려서 대대가 난리였었죠.
헌병대에서 오고 말이죠.
그 중대에서도 계속 물림되어가고 있었던 거죠. 그 때 가해병이 일병이었는데 제가 병장 된후에 일병상태 그대로 제대하러 왔다고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