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가 똘똘하이 공부잘하게 생깃네예~ 엄마 말 잘듣고 공부 열심히 해야된데이?
-하이고 말도 마이소 공부만 잘하지 말 안듣십니더~
-내도 그랬는데 큰 사람 됐다아입니까 잘 봐주이소~
그게 그 사람과 첫만남이었다
엄마따라 시장가던 급식은 선거라고 악수하고 다니는 아저씨를 만났고
어린 마음에 잘웃는 인싸 아재라고 생각했다
같이 있는 사람들도 별로 없었고 웃으면서 악수하고 다니는 그냥 어디 인상좋은 동네 아저씨였다
선거가 아무런 의미없던 나이라 잘 몰랐지만 그 아저씨가 어찌됐나 궁금했는데 결국 낙선했다
엄마도 그 아저씨 안찍었다고 했다
그리고 그 사람은 얼마안가 대통령이 되었다
사실 어릴때 안만났더라도 나중에 그 사람을 실드쳤을거임
그 아재가 대통령 선거 출마할때 급식이던 나는 불안요소를 느꼈다
어릴때도 봤고 뉴스에도 봤지만 그 아저씨는 자기 패거리라는게 거의 없어보였음
어릴때부터 교양도서에 삼국지가 끼어있는 한국인들의 사고 밑바닥은 항상 마키아밸리즘이 깔려있다
통수를 치건 포섭을 하건 선동을 하건 어쨌든 모든 수단과 방법이 공익을 위해서라면 유효하다
동물농장과 삼국지의 신봉자이던 내게 그는 힘이 없는 불완전한 존재였다
내 입으로 이런말 하기 그렇지만 나는 어릴때부터 책을 엄청나게 많이 읽은 편이다
취업이후 먹고 살기바빠서 독서량이 엄청나게 줄었지만 대학까지 독서량은 전체 상위 1퍼센트라고 자신할 정도
그런 내게 그 사람이 얼마나 개고생을 할지 뻔히 눈에 보였고
아니나 다를까 탄핵까지 맞는 개씹고생을 해버린다
탄핵당할때 분노한 사람 중 하나였고 그가 죽을때도 분노한 사람이었다
이게 다 노무현때문이다 라고 외칠때 나는 이 볍신같은 씹덕사이트에서도 실드치며 키배질을 했다
극딜력과 무뇌볍신들 상대하는 탱킹과 멘탈은 이때 거진 다 완성되었다고 볼수있음
그때 여론이 반반이었는데 죽고 나니 성역화 되는걸 보고 오히려 더 정떨어짐
부산에서 민주당 지지자, 정확히 말하면 안티한나라당 지지자의 심리는 이렇게 요약된다
커다란 호수 앞에서 이 물이 꿀물이 되길 빌면서 각설탕을 몇년에 한번씩 던지는것
나는 선거때마다 한나라당을 이길수있는놈에게 베팅할수밖에 없었고
매번 내 표는 의미없는 짓이 되버림
투표? 이기면 됨 무효표? 사표? 그건 그냥 정신승리임
선거는 10퍼 차이건 1퍼 차이건 이기는놈이 다 가져가고 지는놈은 그냥 제로임
지면 그냥 끝임 아무 의미 없어짐
투표권을 가진 이후 한나라당을 이길 놈들에게 베팅하는 방법밖에 없었고
이 투표 시스템은 나를 몇십년간 무의미한 인간으로 만들었음
이 나라의 민주주의 시스템은 단 한번도 내 의견을 반영해준적이 없었음
그동안 나는 수많은 불의들을 보면서도 언젠간 해는 뜰것이라고 희망을 가졌음
이명박이 고환율로 전국민을 쥐어짜고 4대강으로 해쳐먹을때도 분노말곤 할수있는게 없었음
언젠가 저놈들 다 조져서 해먹은 댓가를 치르게 할것이라고 행복회로를 돌렸음
박그네가 세월호로 유가족을 반역자로 몰땐 이 나라에 절망했음
어떻게 가족을 잃은 사람들에게 나라 전체가 이지메를 가할수가 있나
난 이사건을 겪고 오히려 냉정해졌음
탄핵사건은 오히려 세월호보다 충격이 적었음
올게 왔구나... 얼마나 업보스택을 쌓았으면 탄핵까지 당할까
마침내 민주당 대통령이 나오고 부산에서 민주당 시장이 나왔을때
드디어 십몇년 존버끝에 민주주의 시스템이 내 의견을 받아주는가 하고 환호했음
근데 그 사람을 팔아서 대통령이 된 인간은
무능 그 자체였고 공약은 지킨게 없이 아무런 업적도 없음 아 코로나 막은건 인정
불통은 박그네였고 내로남불은 이명박이었음
시위까지 나간 사람들 통수치고 반성도 안하는 인간을 풀어주고
이명박까지 빠져나오게 생김
민주당이 몇십년을 헤딩해서 마침내 만든 민주당 부산시장은
성범죄를 저지르고 나가리났음
결국 이번에도 민주주의 시스템은 내 의견을 받아주지 않았음
최소 10년은 갈줄 알았던 정권이 5년따리 하고 끝남
이젠 회의감이 듬
그간 난 무엇을 위해서 그렇게 했나
센치해져서 오늘은 이성적인 접근없이 그냥 두서없이 주저리주저리 내 감정에 솔직하게 써봄
사람들의 기대와 희망이란 것을 앗아간거라고 생각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