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배캠에서 이 영화를 소개하는 걸 들었습니다.
영화 대사 중 '너가 롤링스톤즈 공연 보러 갔는데, 세티스팩션 안하면 어떨 것 같냐!'
라는 대사를 말해주더군요. 그에 흥미가 생겼고 마침내 오늘 보게 되었네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재밌었습니다. 그리고 보는 내내 행복감이 들더군요.
좀더 말하자면 이 영화는 재미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습니다.
(뭐 모든 창작물이 그렇지만........;;;) 물론 여기에 덧붙어 말하자면
취향적인 부분에서 갈릴 수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최근 창작물이 기본적으로 내재하는 역동적이고 때론 과격한 자극
에 대한 내 심정이 어떠냐에 따라 재미를 느끼는 점이 좌우될 것 같습니다.
저 같은 최근 창작물의 자극에 정말로 지쳐있던 것인지 치유되는 마음으로 즐겁게 봤습니다.
다시 말하면 하드보일드한 감성에 굶주린 분에게 좀 어떨까 싶네요.
이 영화는 갈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어떤 창작물에서 볼 수 있는 긴박한 갈등구조는 없습니다.
흐름이 동적이 이지만 그렇다고 격동적인 긴장감은 역시 없습니다.
파워풀하진 못하지만 약동적이라고 할까요?
어떤 측면에서 상당히 평범한 느낌을 줍니다. 그냥 잘나가다 좌절하고 도로 재기해서 행복해진다
라는 단순한 전개입니다. 하지만 도리어 그런 평범한 갈등구조가 가슴을 탁 쳐주지 못해도
가슴을 평온하고 흐뭇하게 해주더군요.
한편 감독(주연이기도 한) 자신의 창작자 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한? 혹은 감성을
풀어냈다고 생각되네요. 레스토랑 사장과의 갈등, 유명 평론가와의 대립은 이를 직설적으로 보여주는데요.
특히 평론가에게 '이 요리(아이디어)를 구상하고 구현하는 고통과 노고를 알긴 하냐!'
라는 요지의 대사에서 가슴이 아프면서도 살짝 찡하더군요.
하지만 보수 관념(사장)과 결국 타협할 수 없는 면모로 감은 좀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근데 생각해 보면 존 파브로는 제작자 층과 알력이 종종 있었다고 들었는데
사장과 갈등은 이를 상징하는 것 같더군요. 게다가 평론가는 결국 창작자 들에게
아무렇지 않게 상처입히는 리뷰를 남기는 리뷰어들을 겨냥한 것도 같고요.
그런 점이 자전적이다 라고 생각되더군요. 그런 부분이 또 재밌더군요.
그리고 또 귀가하면 생각해 보니 이 영화는 전문직종 가장의 로망이 그려진 것도 같더군요.
가족과 자신이 좋아하는 일(직업)의 충돌에서 차차 가족이 그를 이해하고 감싸주면
다시 결합해 행복해진다는 그런 로망 말이죠.
아무튼 여러측면에서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 입니다. 114분이라는 러닝타임에서 영화는
자신이 담아낼 모든 것을 담아낸 것 같더군요. 그래서 내용 상 군살도 별로 안보이고
그다지 뭔가 아쉬운 점도 크게 보이지 안보이는 것 같네요.
평온하지만 유쾌한 영화를 좋아하시면 더 할 나위 없을 것 같아요.
*올해 개봉된 영환지 알았는데 현지에선 작년이더군요. ;;
*존 파브로가 선호하는 여성 상은 섹시한 커리어 우먼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 동료애와 우정으로 주인공에게 와준 마틴에게 비정상적이야 혹은 억지 아닌가
생각했는데 돌이켜보니 그게 뭐가 비정상이고 억지인지 싶더군요. 꼭 인간관계가
이윤과 효율 뿐인 것은 아닐텐데 말이죠. 여러모로 삭막해지고 지친 것 같아 씁쓸하네요. ㅠㅠ
최근에 본 작품중 추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