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 출근해서 정리 좀 하고 밖에 나가서 담배를 한 대 피우려고 딱 자세 잡고 쭈그려 앉았는데, 왠 여자 하나가 가게로 들어 오는 것이었다.
물건을 고르고 계산 하러 오길래 딱 봤는데 왠걸... 국민학교 동창 여자애였다(아니 마흔이 넘었으니 애는 아니지).
어릴 떄 꽤 예쁘던 친구였고, 이십대 중반 때까지만 해도 살이 조금 붙긴 했지만 그래도 그 미모 어디 안 간다고 여자 친구들에 비해 시집도 일찍 가고, 애도 낳고, 해외여행도 잘 다니고, 이혼 소식도 들리고 뭐 그랬는데, 오늘보니 완전 프로레슬러 몸이 되어있어서 깜짝 놀랬다.
"니 와그리 푸석해 보이노?" 하고 물으니 "집이 근처라 안 씻고 나와서 그렇지" 라고 대답 하는 그녀.
그러고 보니 그녀의 집은 내가 알바 하는 가게 근처이긴 했다(옛날 그 집이 맞다면 말이지만). 간단하게 근황을 주고 받다가 다음에 따로 한 번 보자고 말하고 보냈는데, 뭐랄까... 내 국민학교 때 친구들은 지금도 두어달에 한 번 정도는 얼굴을 보는데, 애들이 그닥 세월의 흔적이 안 느껴지는 녀석들 투성이다. 지금도 만나면 어릴 때 그 개구쟁이처럼 놀아대니 말이다.
하지만, 십수년만에 본 그 친구는 그야말로 세월의 직격탄을 맞은... 진짜 몰랐으면 동네 아줌마 1이라 봐도 될 모습을 하고 있었는데, 뭔가 참 씁쓸하더라.
동창 녀석 중에는 한떄 그 아이를 열렬히 짝사랑 했던 녀석도 있고, 그 아이와 연인 사이가 되었던 녀석도 있는데, 녀석들이 지금의 그 아이를 봤으면 무슨 생각을 할까(짝사랑 했던 녀석 역시 그 아이와 마찬가지로 현재는 돌싱이고, 그 아이와 연인사이였던 녀석은 현재 좋은 아내를 만나서 딸 낳고 잘 살고 있긴 하다만)?
개인적으로 잘나갔던 애가 이렇게 사는 걸 주위에서 어떻게 보는지 궁금하다라고
관찰하고 싶어하시는 느낌이 강하네요......
그분께서 님께 폐를 끼친 내용은 없는거보니 님께 잘못한건 없어 보이는데
자신의 입장보다 나았던 타인의 불행을 뭔가 관찰자 입장에서 보고싶어 하시는 느낌이 강해보이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