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축구의 수장인 제프 블래터(77)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경솔한 언행으로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블래터 회장은 지난주 영국 옥스퍼드 유니언에 강사로 초청돼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와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를 비교하는 과정에서 호날두를 조롱하는 듯한 발언과 행동을 보였다.
옥스퍼드 유니언은 옥스퍼드 대학이 주최하는 토론회로 세계적으로 저명한 인사를 초청해 그들의 생각을 듣는 자리다. 지난해 한국의 세계적 가수 싸이도 초청받은 바 있다.
문제의 발언은 이날 마지막 질의응답 시간에 나왔다.
세계 최고의 지성인들도 역시 '메시-호날두 비교'를 가장 궁금해 했다.
블래터 회장은 "두 선수 모두 특별한 재능을 지녔다"고 전제한 뒤 "메시는 모든 엄마 아빠들이 함께 하고 싶을 만큼 착하다"면서 "반면 다른 한 사람은 그라운드에서 엄격한 사령관처럼 명령한다"고 호날두를 지칭했다.
블래터 회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벌떡 일어나더니 로봇같은 움직임을 선보이며 호날두를 우스꽝스럽게 흉내냈다.
그는 "한 사람은 다른 선수들보다 헤어스타일에 더 돈을 쓴다"고 호날두에 대한 묘사를 이어갔다.
블래터 회장은 "하지만 그건 문제 없다. 둘 다 훌륭한 선수"라고 마무리했지만 맨 마지막에 "난 메시가 더 좋다"고 솔직한 마음을 내뱉었다.
이 장면은 29일 옥스퍼드 유니언이 공개한 3분40초짜리 편집 영상에 포함되면서 외부에 알려지게 됐다.
'블래터의 호날두 조롱'은 언론을 통해 대서특필됐고, 팬들 사이에서도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호날두와 레알 마드리드도 즉각 반응했다.
호날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블래터 회장의 연설 영상을 링크해놓고 분노의 직격탄을 날렸다.
주말 오심 논란 때문에 안 그래도 화가 나 있던 호날두는 "이 영상은 FIFA가 나와 내 클럽, 내 조국을 어떻게 존경하고 생각하는지 보여준다. 모든 게 이제 설명이 된다. 난 블래터 회장이 자신이 좋아하는 클럽과 선수가 성공하는 걸 지켜보며 무병장수하길 바란다"고 강한 불쾌감을 표출했다.
AP통신에 따르면 레알 마드리드 역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발언"이라고 반발하면서 공식적으로 해명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