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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재미있는 글을 쓴다는 것 (0) 2016/03/21 PM 12:52

나이가 들 수록 글을 쓰는 것이 재미가 없어지는데, 그것은 마치 장기나 체스, 제대로 할 줄은 모르지만 아마도 최근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로부터 유명해진 바둑과 같아서, 글을 쓰면 그 다음에 쓸 글들의 내용이 대충 읽혀버려서 자신이 쓴 글에 흥미를 못느끼게 되는 것이 주 원인이라 난 생각한다. 예전에 글을 쓸 때는 자신이 쓴 글에 설득되어버려서 미친듯 써내려 갔다만, 지금은 그런게 없다. 오히려 한 단어 쓸 때마다 그 전 문장과의 관계와 논리를 비교해가며 쓰기에, 점점 더 자신의 글의 모순과 불합리가 글을 진행에 따라서 늘어나는 것만이 보인다. 내가 나이가 들었음을 느끼는 것은 거울을 보거나 건강상태를 보거나 체력이 어떻거나 하는 것들이 아니라, 바로 이것에서 내가 나이가 들었음을 느낀다. 썩 좋은 기분은 아니다만, 그렇다고해서 예전과 같은 글을 쓰고싶냐고 한다면 그렇지도 않다.

글쓰기와 보드게임들의 표면적 차이가 있다. 보드게임은 실제로 다른 사람들과 함께 둬보면 '이 수 밖에 없다' 고 생각이 들면서도 막상 다른 사람은 다른 수를 택하곤 하니 그걸로부터 자신의 생각이 고착화 되어 있었다는 것을 느끼고, 그것으로 부터 배운다만, 글쓰기는 다른사람이 써놓은 글을 읽으면 대부분은 첫 인상이 '이건 틀린 생각(수)이지 않는가' 하고 읽고 난 뒤에 기분만 나빠지고 그것으로 부터 배우는 경우는 별로 없다는 점이다. 물론 배울 수 있는 글들도 있다만, 그런 글은 드물고, 꽤나 쓰기 힘들다. 기껏해봐야 사실이나 지식을 적어둔 글은 그나마 그로부터 (2차적) 사실을 배운다만, 그것들은 단순히 그림자로 가려져 있던 것들에 빛을 비췄을 뿐, 그로부터 뭔가 배우려면 또다시 꽤나 노력을 해야한다.

다른 사람의 글로부터 배우지 못하는 것은 그 사람의 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거나, 자신의 생각에 너무 갇혀 있기 때문이다. 보드게임은 승/패나 말 교환과 같은 알기 쉬운 가치의 환산이 이뤄지기에 다른사람의 수로부터 배우기도 쉽지만, 글은 그런게 잘 보이지 않는다. 기껏해야 경구들이 그런 역할을 한다만, 그것들도 극단으로 가면 쓸모가 없다.

그런데 정말 가끔가다, 어떤 글이 틀렸다고 생각했는데 후에 현실이 그것을 따라 잡아서 그것이 꽤나 훌륭한 통찰이었던 경우가 있다. 그런 경우에 난 그 글을 읽을 당시에는 어떤 것도 배우지 못했지만, 후에 가서 그것으로부터 배우곤 한다. 그런 경우는 놀랄 때도 있고, 분할 때도 있다만, 결과적으로는 조금씩 나 자신을 변화시키고, 내면에 경구의 형태로 남곤 한다. 이런 경우에는 언제나 심장이 아프다. 끔찍할 지경으로.

재미있는 글을 쓰려면 모순적이게도 지금 틀렸다고 생각하는 것을 옳다고 가정 할 줄 아는 무모함, 혹은 지금 없는 요소를 가정하여 현상을 설명할 줄 아는 무모함이 필요하다. 물론 뭐든지 다 그런식으로 해버리면 예전에 썼던 자기 자신의 글에 감화되어 막 써내려가는 글이 되겠다만, 자신이 틀렸다고 생각하는 것을 옳다고 생각하여 글을 써내려 가서 새로운 것을 발견한다면, 그 때 처음으로 자신의 글에 자신이 가둬져 있었던 상태에서 벗어나서 본래 도달할 수 있을리가 없는 곳에 도달할 수 있다. 이런 방법은 근본적으로 도박에 가까운 일이다만, 잘 만 되면 창의가 된다. 물론 망치면 모순덩어리가 되거나, 음모론자가 된다만, 그걸 두려워 해서는 진정한 일을 할 수가 없다. 언제나 중요한 것은 얼마나 도박을 할까 라는 정도의 문제다.

이곳에는 적지 않았지만 마지막으로 한가지 더 방법이 있긴 한데, 그건 너무 발상 자체가 위험해서 적지 않는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했고, 꽤나 성공했다. 그걸 맞추는 사람은 아마 나와 비슷한 인간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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