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빨래를 했다. 나는 이상하게 샤워나 목욕보다 이게 더 기분이 좋다. 욕조에 이불을 넣고, 질근질근 밟아가며 티셔츠는 땀과 물로 흠뻑 젖고, 온 몸에서 샤프란 냄새가 배일때쯤, 욕조의 물을 빼고 물을 틀어서 이불을 푹 담그면서 또다시 발로 밟는다. 뿌연 거품낀 물이 내려간다. 그러면 조금씩 세제 내음이 조금씩 빠지기 시작하는데, 그와 더불어서 샤워기에서 튄 물이 얼굴에도 튀고, 머리도 적시고 하면서 이불이 날 밟는건지, 내가 이불을 밟고 있는건지 조금씩 경계가 옅어져 간다. 다시금 욕조의 물을 보면 아까전보단 아니지만 거품이랑 탁한 물이 되어있다. 이제 마지막으로 욕조의 물을 빼고, 맑은 물을 채워넣고서 이불을 헹구면 그때서야 이불에 들어갔다 나온 물에 거품이 나지 않는다. 이제 비눗물이 거의 빠졌구나, 하고 물을 머금어 육중해진 이불을 두 팔로 안아서 번쩍 들어올리는데, 웬만한 어린아이 무게보다 더 나갈 것이다. 이 흠뻑 젖은 솜덩어리를 욕조에 잠깐 걸터서 팔로 힘껏 누르고, 힘껏 안으면서 물이 빠지는걸 힘든 줄도 모르고 즐긴다. 이미 몸은 이불에서 나온 물로 흠뻑 젖은지 오래다. 그런데 피곤하지 않다. 오히려 날아갈 것 같다. 물이 어느정도 빠지고 나면 바깥에 세워뒀던 빨래장대에 이불을 가져가서 널어놓는다. 누가 보면 강물에라도 빠진 사람이 사람 대신 이불을 건져왔구나 싶으리라, 가는 길은 물 난리가 났다만 어떠랴, 해봐야 물인 것을. 닦고 말리고 쓸면 되는 것이다. 이때만은 귀찮고 뭐고도 없다. 단지 이불을 빨아서 즐거울 뿐이다. 이불이 아직 물을 머금은 상태라 장대가 이불 무게로 약간 휘는걸 보면서, 장대 밑에 뚝뚝 떨어지는 물방울을 듣는다. 그렇게나 짰는데도 아직 나오는 걸보면서 새삼 놀란다. 하지만 이것도 저녁이면 말끔하게 말라서 말 그대로 솜털마냥 가벼운 것이 되어있겠구나. 그렇게 생각하면서 욕조에 돌아가서 목욕을 한 번 하고나서 시계를 보니 정확히 한 시간 지나 있었다. 느끼기엔 두 시간도 더 일한 것 같았는데, 그렇지도 않다는 것 같다. 이득 본 기분을 느끼면서 속옷을 갈아입고 생각한다.
이불빨래는 마음의 세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