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이 너무 이상한게 많아서 좀 그렇긴 한데, 한자랑 대조해가면서 읽으면 어느정도는 오역도 봐 가면서 읽을 수 있으니 큰 흐름에서 벗어나진 않을 것이다. 링크가 그나마 본 것들 중에서는 제일 낫다.
나는 도덕경이란 원조 아나키스트가 적은 이상향에 대한 서술이라고 봤다.
도덕경은 현대에 와서 봐도 시대를 몇단계 앞선다. 뭔가 특별한 사상에 얽매이는 것도 없고, 어떤 국가에 얽매이는것도 아니고, 민족주의적 요소도 없고, 단지 말하고 있는 것은 무위적인 삶 뿐이다. 이런 책이 이미 전설에서나 나오는 인물인 노자라는 한 고대의 은둔자에게 의해서 적혔다니, 놀랄 일이다. 물론 도덕경은 국가나 법에 대해서 명시적인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으니 그가 아나키스트라고 말하기엔 좀 무리가 있다만, 그 삶에 대한 생각 자체는 어느정도 부합하는 부분이 있다. 현 시대가 도덕경을 따라가려면 아직 한참 남지 않았나 싶다. 어쩌면 구조적 한계가 있을 수도 있고.
시대가 도덕경에 아직 따라가지 못했듯, 현 시대에 있어서 도덕경의 한계는 덕치의 한계다. 이 한계가 언제쯤 극복될지. 지금 시대는 결국 법치가 언제나 존재할 수 밖에 없고, 난 이것에 대해서 유감스럽게 생각하나 어쩔 수 없다고도 생각한다. 도덕경에서 말하는 치세란 구속하지도, 벌주지도 않고, 단지 그 사람 스스로 도덕적인 인간이 될 수 있다는 인간 자유에 대한 믿음에서부터 근거하니까 그렇다.
사족 1 : 의무교육의 과목 중에서 도덕이라는 과목이 있는데, 이 도덕은 아마 도덕경의 한자에서 따온 것이라 생각한다만, 정작 도덕경의 도덕은 정말로 그 의미를 파악하기 힘든 한자다. 올바르고 참된것을 가리키는 것도 아니고, 전체적으로 이득이 되거나 훌륭한 것을 가리키는 것도 아니다. 좀 추상적으로라도 정의한다면 무위적이고 자연스러운 삶을 도라고 하고, 행동 하나하나가 거리낌이 없지만 악하지 않은 것을 덕이라 한다. 그런데 의무교육 과정의 도덕에서 그런걸 가르쳤던가? 그건 아니었던 것 같다. 올바르고 참되다고 현 사회에서 인식되는 뭔가를 가르치긴 했다만, 그건 그냥 들판의 날짐승들이나 다름없을 사회화가 덜 된 어린 학생들에 대한 사회화에 가까웠다. 차라리 도덕이라는 과목명을 바꿔서, '사회적인간화' 라고 하는게 더 옳지 않나 싶다.
사족 2 : 인터넷에서 도덕경을 찾아보면 이걸 민족주의랑 엮어서 해석하는 사람도 있다. 그들의 해석을 딱히 비난할 생각은 없다만, 소극적으로나마 비판하자면 도덕경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듯 하다. 도덕경은 민족주의에 대해서 언급조차 안하고 있다. 정말 아쉬운건 도덕경에 관심있는 꽤 많은 사람들이 민족주의적인 부분도 같이 가지고 있는 듯 하다는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