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과 이야기를 하다가 문득 최근 격화 되고 있는 지금까지의 양상과 다른 민족 혹은 국가주의에 대해서 말했는데, 그것들의 특징 중 하나가 죄가 크든 작든, 실질적으로 그것이 죄이든 아니든 어쨌든 수많은 사람이 모여서 비난의 한 마디쯤은 하게 되는 소위 말하는 마녀 사냥이 내부에 깊게 들어가 있는 한시적 상황에 있어서 도덕적 우월감에 기초한, 어떤 곳에서는 '선비' 라고 비난 받는 행위가 있다고 했었다. 이 문제는 사실 이 글이 적히는 커뮤니티의 역린(또 다른 역린은 너알못 정도?)이라서 건드렸다간 집중포화를 맞기 일쑤다.
그런데 이 문제는 사실 2000년 전도 크게 다르진 않은 듯 해서, 이스라엘의 어느 마을에서 돌 맞아죽기 직전의 여인 앞을 가로막으면서 그 - 아마 전 세계에서 그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사람 - 가 "너희 중 죄 없는 자만이 돌을 던져라" 라고 말하면서 역설적으로 돌 던지지 말라고 했다. 이건 딱히 그가 죄에 동정했다기 보다는 실제 린치하는 인간들이란 죄를 벌하려는게 아니라 자신의 정의를 실현하려는 것 뿐이라는걸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자, 이제 다시 내가 대화하던 어떤 사람의 이야기로 돌아오자면, 그 사람의 결론은 다음과 같았다.
"제일 멍청한 건 정의감에 가득차선 그걸 '간단하고 뻔히 보이는, 동시에 지속되기 힘든' 방법으로 실현하려 드는 인간들입니다. 세상은 그딴 짓으로 바뀌지 않아요. 불쌍한 인간들..."
간단하고 뻔히 보이는, 그냥 앞에서 댓글로 욕 한번 적어놓고 멋대로 세상이 바뀌어 주길 원하는 것은 미숙함의 증거다. 2000년 전에 돌을 들고 마을 사람들 함께 여인을 쳐죽인 인간들에 비해서 단 한치의 발전도 없다. 죄를 벌하고 싶다면 공권력에 위탁해야하고, 그 공권력 조차 썩었다고 생각된다면 그것을 바꾸고 싶다는 목적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단체를 만들고, 정치인에게 압력을 가해서 필요한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그리고 그건 분명히 어렵고 험난한 길이고, 어쩌면 자신의 손을 더럽혀야 할지도 모를 길이다.
위 답은 사실 이성적이고 명확해서,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그만큼 노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고, 불평 불만은 해봐야 아무 소용도 없다는 일종의 조소다.
난 그 이야기에 거의 동의했지만, 단 두 가지 문제를 아직 안고 있다. 하나는 동정심이 미숙한 정의를 봤을 때고, 또 다른 하나는 미숙함이 과격함으로 바뀌었을 때다. 게다가 세상은 이 두 가지를 현재 진행형으로 겪고 있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 짐작조차 안잡히는게 현실이다.
나중에 이 대화를 다시 생각해내고 어떤 기분이 들지 알고 싶어서 적어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