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사회 운동가로, 여러번 사상, 정치범으로 감옥 생활을 했었고, 그런 아버지 때문에 우리 집은 언제나 황폐했다.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울면서 매달렸다. "제발, 이 나라 이전에 우리 가족부터 일단 먹고 살고 봅시다, 민철이 아빠..." 그렇지만 아버지는 무심하게, 그런 어머니를 안아올리면서 말했다.
"미안해 당신, 내가 아니면, 다른 누군가가 해주겠지, 하고 침묵하는건 이미 예전에 지쳤어."
그렇게 말하고서, 아버지는 집을 나가서, 이후 돌아오지 않았다. 그게 내 10살 때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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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렸어, 멍청아! 중요한건 자유를 달라고 하는게 아니라, 자유를 쟁취하는거야!"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언제나 네 방법은 끔찍하고 잔혹해. 게다가 미래성도 없지. 단순히 상대방에 대한 공격이 다야!"
난 나의 동료와 말다툼을 하고 있었다. 욕설이 난무하는 저급한 대화. 지금까지 살아온 세상에 대한 불만이 그득하게 담긴 우리들의 입 속의 악의 독단지는 이미 입을 통해 넘쳐흐르고 있었다.
"공격이라니, 천벌이라고 해라"
"저급하긴, 수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자신의 의지를 하늘의 의지라고 해서 폭탄을 안고 기득권의 끄나풀에 뛰어들거나, 총알을 그들의 머리에, 가슴에 박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세상이 단 한치라도 그들에 의해 변하였나? 전혀 변하지 않았어. 안 변해, 안 변한다고! 그것들을 변하게 할 수 있는건 우리가 아니야. 전체의 흐름이고, 의도 없는 집단의식 뿐이다. 그걸 변하게 하는데 그런 테러행위는 오히려 역효과다."
"난 네 아버지를 존경한다. 하지만 넌 네 아버지를 단 한치도 닮지 못했다. 말 그대로, 불초의 자식아"
"아버지는, 아버지는... 누구도 변하게 하지 못했다."
"아니, 틀렸다. 나, 그리고 나의 동료들은 그의 정신적 계승자다"
"집단의식의 끄트머리에 있는 아주 좁고 좁은 극단의 세계에 어서오게나 친구여! 네가 가진 그 폭발적인 감정, 폭발적인 불만들. 모두 다 이 세상을 변하게 하진 못하겠지. 다만 집단지성이 네 감정을 선택해주기 이전 까지는... 그리고 그것들이 널 선택할 리는 없겠지"
그 다음날, 그는 정부군의 총알을 스무 여덟발이나 맞으면서 정부청사에 돌진하여 천벌이라는 이름으로 거사를 치뤘다. 덕분에 관료 몇 명과, 그와 유착관계에 있던 기업가의 끄나풀 몇명이 죽었다. 하지만 그것 뿐이었다. 이 세상은 그런것 따위로 변하지 않았다. 그의 죽음은 심각할 정도로 냉소되었다.
'또 다른 과격파의 테러. 이 나라에 사회 질서란 존재 하는가?'
폭발하여 시체조차 남지 않아, 단지 우리 아지트에만 남아 있는 그의 혈서 앞에서 난 말했다.
"그렇게나 말했는데... 너무 빠르잖아... 이놈아. 테러리스트 따위가 영웅이 되고싶다면, 총의가 테러리즘을 긍정 할 때 뿐이다..."
그렇지 않은 영웅이 되고자 하는 자는, 영웅중독일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