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사진은 부탄츄의 돈코츠 라멘. 사진은 네이버 이미지 검색으로.
아래 사진은 쿠자쿠의 쇼유 라멘. 제가 직접 찍은 사진이네요.
어쩌다 일찍 일어나버렸는데 다시 잠도 안오고 해서 핸드폰좀 뒤적거리다 수요일에 홍대 쿠자쿠에 들렀던게 기억나서 시식기를 남겨봅니다. 원래는 홍대에 종종 들러서 일본 라멘을 먹게될땐 멘야산다이메나 하카다분코, 혹은 극동방송 앞의 라멘 포장마차도 가끔씩 들렀지만 주로 부탄츄를 갔었는데 요 부탄츄라는 곳은 대개의 우리나라 라멘집이 그렇듯이 돈코츠 라멘이 주력인 라멘집입니다. 부탄츄는 홍대에선 제일 유명한 라멘집 중 한군데로 식사 시간대엔 항상 줄을 서서 먹는 곳인만큼 아는 분들도 많아 길게 설명할 것도 없지만 부탄츄의 라멘맛을 최근에 본 라노벨에서의 표현을 빌어와 설명하자면 '흉포한 감칠맛' 이라는 표현이 딱 적절한 맛입니다.
그런데 부탄츄의 스프가 상당히 진국이고 또 걸쭉한 느낌의 돼지 육수 맛을 살린 라멘집이 드문데다 가격도 합리적인 편이라 자주 찾아갔었지만 최근들어 사소하게 눈에 밟히는 부분이 있었는데 창업 초기와 비교하여 확실히 차슈의 질과 양이 떨어졌다는게 보이고 가게 내 BGM으로 대부분 너무 시끄럽고 정신없는 음악을 틀어놓는데다 조리하시는 분들이 이따금씩 소리를 버럭 지르시는것까지 더하면 솔직히 제가 선호하는 조용하고 얌전한 분위기와는 절대 맞지 않더군요. 그런데 마침 열흘전에 아이 언니 님 마이피에 들러서 부탄츄 가까운 곳에 있는 라멘집 '쿠자쿠' 를 본게 기억이 나서 이번 수요일에 들러보게 되었습니다.
6시 좀 넘어 찾아간 쿠자쿠엔 사람이 저뿐이라 상당히 한적했는데 적어도 구석진 곳에 위치하고 사람도 적은데다 가게 분위기도 차분한 느낌이라 제겐 인상이 좋았네요. 개인적으론 시오 라멘이나 돈코츠 라멘쪽을 선호하지만 국내에선 쇼유 라멘을 파는 곳이 드물다보니 온김에 쇼유 라멘을 시켰습니다.
서두가 너무 길었는데 이제야 맛에 대해 설명을 하게되네요.
쿠자쿠의 쇼유 라멘을 먹어보고서 느낀 것이 이 곳의 맛은 무난하다기보단 장단이 좀 뚜렷한 맛이더군요. 미리 가기전에 알아본 바와 거의 일치했었는데, 우선 맛의 염도가 상당히 낮습니다. 그리고 국물이 산뜻한 편입니다. 그러다보니 부탄츄 스타일의 돼지비계를 잔뜩 갈아서 간을 맞추는 걸쭉하고 진한 맛을 선호하는 분들에겐 스프가 밍밍하게 느껴질만합니다. 하지만 홍대의 유명한 라멘집 대부분이 약간 지나치다 싶을정도로 짠 맛이 강한걸 보면 나름 차별화가 잘된 요소가 아닐까 싶네요.
그리고 역시나 쿠자쿠에 대해 평하는 분들이 모두 다 칭찬하는 부분인 차슈. 단언컨대, 차슈만큼은 홍대에서 먹어본 라멘집중엔 최고가 아닐까 싶습니다. 식감은 멘야산다이메의 것과 다소 비슷한데 양도 많은데다 맛도 모자람이 없어서 불호가 있기 어려운 차슈가 아닐까 싶었네요. 부탄츄가 최근 실망스러웠던것중 하나가 차슈가 너무 얇고 흐물흐물하게 나오는 것이었고 라멘 스프의 맛이 특히 강하다보니 차슈의 맛이 묻히는 감이 있었는데 쿠자쿠의 차슈는 상당히 만족스러웠네요.
토핑의 경우엔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인데, 쿠자쿠의 쇼유라멘의 토핑은 요즘의 라멘집의 숙주나물&파 왕창 스타일과는 좀 다르더군요. 목이버섯과 죽순, 청경채가 들어가고 맛달걀은 반개가 아니라 한개 통으로 들어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제일 인상에 깊게 남았던건 면의 식감. 면은 하카타 라멘 스타일의 세면인 호소멘이었는데 식감이 다소 꼬들꼬들..혹은 딱딱하면서도 쫄깃했고 목이버섯과 죽순 토핑과 함께 전반적으로 씹는 맛이 잘 살아있다는 점에서는 홍대의 유명 라멘집인 부탄츄, 멘야산다이메, 하카타분코와는 확실하게 차별화되있었다고 느꼈습니다.
요약하자면 산뜻하고 낮은 염도의 스프, 훌륭한 차슈, 꼬들꼬들 딱딱하게 씹히는 면과 죽순, 목이버섯, 청경채 등의 조화로 식감이 살아있는 라멘. 다른 라멘과 비교하며 더 맛있다, 맛없다라고 평가하기보단 차별화가 잘 된 특색있는 맛이라고 평하는게 좋다고 보임. 이상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