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
박완서 작가는 한국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로 잘 알려져 있고 제 경우엔 6·25 전쟁의 참상과 억압받는 여성에 대한 소재를 주로 글로 쓴 작가이며 2011년 타계했다는 것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어쩌다 손이 가는 곳에 옛날 책이 있어서 꺼내들어 보다가 처음으로 읽어보게 됬네요.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 는 1989년에 출간되었고 166 페이지 정도의 길지 않은 소설이었는데 이만한 분량의 보고서와 사진을 보고 읽는다 하더라도 당시의 여성으로서의 애환과 사회적 통념을 이만큼 절절하게 느낄 수 있을까 싶을만큼 당시의 시대상을 잘 담아냈고 결혼, 남아선호주의, 미혼모 등의 예민한 주제에 대해 섬세하고 유려한 필치로 그려내어 보는 내내 빠져들게 만드는 몰입도를 가진 소설이었습니다.
읽는 중간에도 여러번 감탄했지만 뻔할수도 있는 장치적 서사구인 편지를 다시 꺼내든 클라이막스 부분에서의 표현이 특히 인상적이었고 마지막 1장은 남은 활자가 거의 없다는게 안타까워 새겨서 읽고싶을만큼 몰입해서 읽었습니다. 마지막의 문단은 읽고나서도 여운이 길게 남네요.
우선 읽어보길 잘했단 생각이 들고 작게나마 제대로 못봐왔었고 몰라왔던 것을 배웠다는 느낌이 드네요. 말 그대로 마음의 양식이 되어준 간만에 읽은 양서였습니다. 최근 온갖 사회적 이슈를 불러온 여혐/남혐 사건과 그 중심에서 사태를 더욱 탁하고 역겹게 만드는 메갈리안 때문에 성차별 이슈 자체에 질려있던 분들이나 늦가을에 안읽어봤던 책들을 가볍게 읽어보고자 하는 분들게 추천해드리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