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를 '지운다'
제 개인적인 생각은, 우리가 기르는 돼지나 소, 닭 조차 우리가 일용할 양식이 되기 위해 살다가 죽는 것이고 그러므로 한낱 동물이라 한들 그 동물들의 도축조차 결코 의미가 없는 죽음도 아니기에 우리는 우리가 살아가는데 피와 살이 되주는 동물들에 대해 적어도 최소한의 감사한 마음을 갖고 식사를 하며 음식으로 장난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업진살이 살살 녹는다는것은 혀의 쾌락을 쫓는 것이 우리 육체에 각인된 어쩔수 없는 본능이지만 최소한 반려동물과 가축의 생명의 가치는 다르거든요! 라고 지극히 인간 기준으로 다른 생명의 가치를 잰다던가 소중한 식재를 오락거리를 위해 망치고 낭비하는건 지양하자는 입장이지요.
그런데 낙태 이슈를 언급하다보면 생각없는 사람들이 종종 애를 '지운다' 라는 표현을 하는데 전 이 표현만 보면 이게 인간이 입에 담을 표현인가 하고 분노를 도저히 금치 못하겠더군요. 일부러 시간이 지나고 마음이 잠잠한 상태에서 털어놓는 이야기지만 국가에 따라 낙태에 대한 법과 사회적 규범이 다르고 이에 대해 주관적인 선호 역시 차이가 있을수도 있겠습니다만 설령 더 자유롭고 개방적으로 낙태를 국가에서 허용한다 하더라도 태아 역시 생명이며 만일 태아도 인간이라고 가정한다면 낙태도 살인에 해당될텐데 극히 안타깝고 끔찍하게 부득이한 경우로 인해 낙태를 선택하게 되는 처지에 대해 이해가 필요한게 당연하겠지만 그런 연유와도 상관없는데 그저 낙태를 그저 애를 지운다는 표현을 쓴다는 것을 보면 아무 죄도 없을 태아가 가축의 도축보다도 못한 죽음을 당하는 것 같아 끔찍한 심정이더군요.
안타깝게도 나쁜 의도나 악한 심성 탓만이 아니라 별 생각없이 애를 지운다는 말을 하는 분들이 적지 않아서 유감스러운데 지금보다 낙태가 더 허용이 되던 안되던간에 최소한 태아의 생명을 존중해주는 취지에서라도 지운다 라는 표현만은 사람들이 안써줬음 하는 바램이네요. 한두어달 전인가 마이피에서 잠깐 이슈가 됬던 것을 보고서 당시에 화를 삭이다가 지금 솔직하게 털어놓은 이야기였습니다.
ps) 제가 주장하는 바에 대해 논하려면 자연 낙태에 대해 언급 안하기가 힘들겠고 또한 이 낙태에 대해 정말 다양한 입장과 의견이 있을수 있다는 것 역시 잘 알고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되도록이면 이 자리에선 낙태의 당위성보단 애를 지운다 라는 표현을 굳이 써야 하는가를 두고 의견을 나눴으면 합니다.
태아를 죽인다. 없앤다. 라는 표현을 쓰면 죄책감이 더 느껴져서 지운다 라는 표현을 쓴다는걸로 알고 있습니다.
무슨 말을 써도 순화되지 않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