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건 아니고 갑자기 생각난 2007년도 겨울즈음의 경험담입니다.
눈이 펑펑 내리던 몹시 추웠던 날, 천안에서 영등포역으로 무궁화를
타고 올라오는데 천안 다음에서 여대생으로 보이는 분이 저한테
좌석좀 바꿔줄수있냐고 물어보더군요.
옆에 친구도 같이 와서 부탁하길래 친구 둘이서 앉으려나보다 하고
일어나서 저한테 부탁한 분 자리로 찾아가니까 왠 할머니가
그 자리서 세상모르게 곤히 앉아서 주무시더라구요.
제가 원래 제 권리 주장하는걸 어려워하는 성격은 아닌데다
이미 비슷한 경험을 열차 타고다니면서 질리게 많이했지만
왠지 그 순간엔 이건 아무래도 깨울순 없단 생각이 들었는데
그렇다고 또 원래 제 자리로 돌아가서 사정을 설명하기도
뭐해서 그냥 근처 손잡이나 하나 붙잡고 서서 가는데...
진짜 그날따라 너무 피곤해서 졸다가 다리까지 자꾸 풀리려고 해요.
근데 그걸 또 제가 바꿔준 자리에 앉은 분이 어쩌다 뒤돌아보고서
알아챘는지 저보고 원래 제 자리로 가서 앉으라고 하더라구요.
좀 캥기는데도 눈꺼풀이 너무 무겁고 몸이 저려서 그냥 자리에 앉고선
바로 잠들었는데 영등포 거의 다 도착해서 눈을 떠보니 옆 자리의
친구랑 저랑 자리 잠깐 바꿨던 분이랑 그 할머니가 주무시던 자리
근처에서 그냥 서서 서로 이야기하고 있더군요.
내가 원래 내 자리로 찾아가서 앉으면 그 여자분이 나 대신 할머니를
깨워서 앉을텐데 하는 찝찝한 마음같은게 있었는데 안그랬다는것이
조금 반가웠고 그 친구도 그냥 서서 가기로 한 친구랑 같이 일어서서
이야기하며 시간을 보냈다는게 좀 훈훈했습니다.
그래서 사람 사는 세상이 박하고 고되도 또 훈훈한 모습도 있구나 하고
내리면서 눈이 마주칠 때 서로 목례를 하고 웃으며 지나쳤다는 일화입니다.
근데 보면 10번중 반절정도는 누가 타있어요
보통은 제자리입니다 라고 하면 말하면 바로 비켜주는데
어쩌다 한두번 자리좀 바꿔달라는 요구를 하시는분들이 계신데;;
저는 진짜 칼같이 거절하거든요;; 이걸보니 여러가지 생각이 드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