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 친구 두 명이 현재 부산에서 지내고 있는데
한명은 대학원생, 한명은 회사 다니는 유부남입니다.
언제 한번 보러 가겠다고 하고선 한번도 못내려갔다가
대학원생 친구가 잠깐 본가에 고양이좀 맡기러 서울
올라왔다길래 그 친구 차 타고 같이 내려갔는데...
거의 여섯시간 가까이 차를 타고 내려가서 겨우
그 친구 지낸다는 양산의 아파트에 들어섰는데
아니 진짜...혼자 지내는 곳인데도 방이 3개에
화장실은 2개, 거실까지 넓직하게 있어서 괜찮고
멋진 아파트긴 했습니다만...
고양이랑 단 둘이 지내는 노인이 고독사로 죽고나서
몇달간 방치되있다가 발견되서 막 시체를 치운듯한
그런 꼬라지의 집이 절 기다릴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온 집이 고양이 분변과 털과 무언가의 잔해들로 잔뜩.
이 친구가 정신적인 문제가 꽤 심해서 다른 사람의
여건을 신경써주거나 배려해줄 처지는 못된다는 것
정도는 이미 알고있었고 꽤 익숙해진 상태긴 했지만...
이건 진짜 바로 짐 안풀고 다시 서울 올라오고팠던...
저보고 덮으라고 주는 이불에 고양이털과 역겨운
갈색 액체가 굳어있길래 이거 뭐냐고 물어보니까
'설탕...아니다 이건 고양이 오줌...' 이라는데 이건 뭐;
욕하는걸 굳이 참을 필요도 없겠다 싶은 수준이었죠ㅋㅋ
어찌저찌 고양이 분변이 묻은 모든 것들을 다 안쓰는
방에다 쑤셔박고 창문열고 한참을 환기하면서 청소를
해서 겨우 누울 곳까진 마련을 했지만 거기서 이틀 자는 것
만으로도 상당히 지치는 일이어서 부산을 제대로 못즐긴게
유감스러울 따름이네요.
사실상 부산 후기가 아니라 쓰레기장 후기군요 이건ㅋㅋㅋ
그나마 짧게라도 부산의 인상을 느낀 대로 말해보자면...
운전이 정말 개판이었고 특히 깜빡이는 정말 자기가 부산 출신이
아니고 어리숙한 사람이란걸 어필할때나 키는건가? 싶었네요.
친구들 말로는 돼지국밥은 부산에서도 워낙 종류가 다양해서
어디 한 군데서 먹은것 갖고는 부산에서 돼지국밥 먹었다고
하긴 좀 어렵다고 하던데 제가 가서 먹은 곳의 맛은 적어도
크게 누린내가 난다던가 하는건 아니었는데 그렇다고 또
딱히 맛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그냥 서울에서 돈수백 가서
돼지국밥 먹는게 저한텐 더 맛있었던것 같습니다.
밀면은 아주 만족스러웠는데 두 군데서 먹었지만 둘 다 좋았고
가격도 대개 착한편인데다가 양마저 괜찮았어요.
자대 배치 당시의 동기들 중 5명이 부산 출신이었는데
그 친구들이 여름만 되면 밀면 노래를 부르던게 이해가 갑니다.
서울에서도 밀면 괜찮은 곳이 있음 가서 먹고 싶을것 같네요.
그 외에 들렀던 곳들 중 제일 맘에 들었던건 국제시장이네요.
그 중 깡통시장? 쪽에서 돌아다니면서 군것질도 하고 시장판
구경을 했는데 사람 많은 곳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사람냄새도 나고 부산 정취가 느껴지던게 좋았습니다.
시장에서 아버지 드릴 금정산성 막걸리 두병을 사서 부산역에서
저녁 7시 55분에 KTX를 타고 돌아오는데 스위치좀 하려고
가방을 열어보니 뭔가 쿰쿰한 냄새가 살짝 나는게 가방에서
막걸리가 조금이지만 새서 꽤 당황했었네요-_-;
영등포 도착하니 10:55, 집에는 12:00에나 겨우 들어왔지만
월요일에 연차써놔서 안심하고 하루 푹 쉴 수 있었습니다.
결론적으론, 다시 가보고 싶네요. 그 친구네는 절대 안갈거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