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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장문]이번 크리스마스 선물은 인실좃이란다! (10)
2014/12/26 AM 04:35 |
경찰서에 가본 적이 없던건 아니지만 설마 크리스마스에 경찰서를 찾게될 줄은 몰랐습니다.
지지부진한 사건의 개요만 전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2/22 (월)
자정~3:30 : 친구와 PC방에서 놀다가 나옴.
12/23 (화)
오전중 : 친구가 확신은 없는데 아마 PC방에 시계(LG 스마트워치?)를 두고온것 같다고 연락.
오후 : 내가 직접 PC방을 방문해서 CCTV를 볼 수 있는가를 묻고 사장님 연락처를 받아옴.
12/24 (수) - 성스러운 크리스마스 이브
오후 9:00 : PC방에 사람없는 자정께즈음에 방문하겠다고 연락하고 까페에서 친구랑 포켓몬-_-
12/25(목) - 메리 크리스마스!!
자정~오전 2:00 : 22일자 자정부터 오전 11:30까지의 녹화 영상을 보면서
누가 가져갔나를 살펴보았고 그 결과 시계가 우리가 떠난후 8시간이 지나 11:30 즈음에
고등학생 넷이서 자리에 시계가 놓여있는걸 보고 집어드는것 까지 보고 사장님이 바로
이 넷의 신원을 말해주었고 매일 오는 친구들이니 있다가 도착하면 연락해주겠다고 함.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친구와 내가 이 순진하고 어리석은 고등학생들한테 따끔하게
한마디 해두고 물건만 돌려받는걸로 이 사건이 마무리될 줄 알았는데 여기서 대박반전------
오후 2:00 : 연락이 안와서 직접 PC방을 방문했는데 매니저분과 알바생 두명이 CCTV를 보면서
심각한 이야기를 하고 있음. 내가 알아야 할 자초지종에 대해 매니저분이 설명해준결과
고등학생 친구들은 물건을 주워서 나가는길에 카운터에 돌려줬고 그걸 분실물함에 넣은
여자 알바생이 그 다음 근무자에게 인수인계를 해줬는데 다음 근무자가 일하는 동안
친구들 셋이 놀러와서 분실물 함에서 자기네 잃어버린 이어폰을 찾다가 시계를 보고
자기것인마냥 손목에 차고 놀고 있다가 그 중 한명(그 중 제일 나이많음)이 알바 몰래
주머니에 넣고 가버림.
이는 주인이 두고간 물건을 줏어가는 점유이탈물횡령(형량 최대 1년, 벌금 최대 300만원)
이 아닌, 사유재산의 소유권 침해...즉, 절도 행위를 저지름.
피의자는 나이 23 남자. 군대는 다녀옴.
그리고 지금 이 소식을 미리 전화로 알려서 현재 PC방으로 달려오고 있다...
바로 CCTV 다시 돌려서 증거자료를 카메라로 확보 후, 시계 잃어버린 당사자인 친구까지
호출하고 도둑놈을 기다렸고 그 와중에 사장님이 어떻게든 경찰서까진 가지 말고
좋게 잘 좀 합의보라고 전화로 연락하셨으나 그건 안되겠다고 단호히 말함.
전자제품 특성상, 절도 및 횡령 이후 물건을 돌려받을 때 아무 생각없이 합의를 보면
이후 전자제품에 생긴 결함 및 고장에 대해 보상을 청구할 권리가 없어지므로
무조건 훔쳐간 물건을 주고 새 물건을 받는게 기본이라고 들었는데
잃어버린 친구는 그냥 물건만 돌려받음 되는거 아닌가? 하고 멍때리는 상황이라
결국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다 진행하기로 함-_-;
한 30분 넘게 기다리니 도둑놈이 오더니 죄송하다고 고개숙이면서 시계를 내미는데
바로 받지도 않고 밖으로 데리고 나와서 경찰서로 택시타고 감.
그리고 굳이 말할 의무는 없지만 앞으로 대화내용은 무조건 녹음한다고 말해뒀음;
경찰 아저씨가 자초지종을 듣고 인상 찌푸리면서 하시는 말씀이
이건 점유이탈물 횡령이 아니라 절도이므로 처벌을 원할경우 최대 6년이라고 말씀해주심.
이제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도둑놈을 데리고 다시 경찰서 앞으로 나와서
우린 고소해놓고 자주 경찰서도 올 여유도 없거니와 처벌보단 보상을 원하는데
전자제품 절도에 대해선 합의 후 보증 청구가 불가능하기에
새 제품으로 받는 것+기타 비용으로 합의를 보는게 마지노선이라고 하였고
이에 도둑놈은 자기가 새 제품으로 물어드릴순 있는데
당장 일하는 중이 아니라서 최대한 이번달 안으로 갚겠다고 말함.
어이가 없던 난 오늘안으로 보상이 안되면 고소할 것이며
당신이 금전적 보상 능력이 없으면 당장 부모님이 우리랑 연락할 수 있도록
해주지 않으면 보상할 생각이 없는걸로 알고 신고하겠다.
생각할 시간 10분을 주겠다 라고 함.
오후 4:00 : 23살 나이처먹고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는 성인에 군대까지 다녀온 인간이
이제 막 울먹거리면서 돈이 없는데..근데 부모님한테 연락은 할 수 없어요..라고 말함.
이에 4시가 되면 바로 경찰서로 들어갈 것이고 반드시 신고한다고 대꾸해주니
얘가 잠깐 어디로 전화하러 간다고 하더니 결국 물어드리겠다고 함.
택시가 오지도 않는 외진 지역에서 지긋지긋한 도둑놈과 별 생각없는 친구를 데리고
30분 좀 안되게 걸어서 온갖 핸드폰 매장을 다 뒤져가며 LG G왓치 R? 을 찾아보는데
1시간 넘게 시간을 보내고 그딴 제품은 오프 매장에서 사는건 거의 어림도 없다고 판단;
모바일로 구입하기로 하고 어떻게 신용카드로 결제를 하는지도 모르는 얼타는 도둑놈을
친절하고 상냥하게 잘 설명해줘가며 결국 시계값을 대신 결제받았고
그리고 분위기상 이제 자기가 나서야 될 것 같다고 생각한 친구가 몇마디 하고나서 보냄.
오후 7:00 : 신도림 디큐브에서 포켓몬스터 무한 티켓을 받고 저녁먹고 포켓몬좀 하다 헤어짐.
이상이네요-_-;
보름 전 친구와의 대화..
"야 나 시계 샀다"
"너 그거 또 다른 것들처럼 잃어버리는거 아녀?"
"내가 손목에 차고 다니는걸 잃어버릴 정도로 정신줄 놓고 살진 않는다ㅋㅋㅋ"
...뭐 여튼 제 친구가 어떤 친구인지는 더 설명할 필요는 없겠고;
이 친구랑 크리스마스 이브부터 크리스마스 당일까지 이틀을 계속 같이 다녔었네요.
나중에 그 도둑놈 돌려보내고 친구랑 이야기했었는데
사실 이 사건에서 제일 불쌍한건 저 도둑놈의 부모님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요놈이 잠깐 전화좀 하고 온다고 하고선 곧바로 와서 시계를 물어준다고 하던데
이게 되도 안되는 핑계나 거짓말 해가면서 부모님한테서 물건좀 사겠다고 속이고서
아마 우리한테 물어주는게 뻔하지만 그냥 넘어갔었는데
이게 바로 등골브레이커고 밥만 축내는 벌레지 뭐겠어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게다가 같이 다니는 알바 친구까지 빅엿먹이는 쓰레기같은 놈이기도 하고- -;
이번일로 그 녀석이 인생의 교훈을 얻었다면 그나마 본인에게 다행이겠지만
만약 에잇 똥밟았네 젠장 개자식들~ 이런식으로 생각한다면 참 유감천만일듯 합니다.
시계를 잃어버린 친구는 좀 둥글고 대충대충의 경향이 있어서 자기 잘못도 없진 않다며
그나마 마지막에 시계값만 딱 결제받고 오고간 비용같은건 그냥 넘어가줬지만
이게 만약 내 일이었다면 독하고 모질게 달려들었텐데 뭐가 옳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고
그리고 오전 11시경에 시계를 가져간 것으로 착각하고 괘씸하게 생각했던 고등학생들이
사실 시계를 찾아서 알바한테 돌려줬던걸 생각하니 괜시리 의심해서 미안한 마음도 들었고
또 그래도 고등학생 친구들이 영악하게 시계같은거나 몰래 가져다 팔고 할 정도로
나쁜 물이 든건 아니고 아직 애들은 애들답게 착하고 순수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기분이 좋기도 했네요.
여튼 크리스마스인데 경찰서도 다녀오고
크리스마스 선물로 인실좃도 먹여주고 별일이 다 있었습니다.
앞으론 제 친구가 뭔가 더 잃어버리거나 도둑맞는 일이 없었음 좋겠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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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법대로? 아님 이성과 양심대로? (2)
2014/11/21 AM 01:20 |
파크라이4 관련으로 자기한테 인신공격한 사람들을 고소하신다는 그 분이랑은 사실 별 상관없는 이야기인데 그걸 보고있자니 바로 며칠전에 작은 이모가 겪으신 안좋은 일이 생각이 났습니다.
작은 이모가 아파트 출구로 차를 몰고 나오고 있는데 왠 아저씨가 전방도, 아파트 입구도 아니고 뒤의 아파트 단지를 먼산 쳐다보듯이 시선을 고정하면서 오토바이를 몰고 나오시더랩니다. 출구로 빠져나가려는 참에 갑자기 겪는 상황에서 작은 이모가 기겁을 해서 클랙션을 울리며 경고했는데도 결국 그 아저씨가 다른델 보면서 오토바이를 몰다가 멈춰있는 차에 달려들어서 부딪치고 굴렀다는군요.
그 아저씨도 미안한지 일어나면서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사과를 하는 상황에서 우선 보험회사 직원부터 불렀는데 보험회사 직원과 경찰이 와서 하는 말이 "여긴 비보호 구역이라 차주분이 90%를 부담해야 합니다" 라고 하니 작은 이모가 기겁을 했죠. 근데 보험회사 직원이랑 경찰오기전엔 죄송합니다 제가 진짜 잘못했습니다라고 굽신굽신 빌던 아저씨가 정작 저 말을 듣자마자 이건 자기가 돈을 받아야한다고, 꼴에 양심은 있는건지 작은 이모랑 눈마주치는걸 피하면서 말했다네요.
이모가 하도 기가 차서 "방금전까지만 해도 미안하다고 사과하셨잖아요. 주행중에 왜 정면을 안보고 멈춰있는 차에 달려들어서 부딪쳐놓고서 이렇게 태도를 싹 바꾸시는건가요" 라고 하셨다는데 결국은 서로 피해부담 없이 얼렁뚱땅 넘어가는걸로 해결이 됬지만 이모 입장에선 그냥 마른 하늘의 날벼락이요 아무 잘못도 없이 피해만 입은 기분이었겠죠.
뭔가 전혀 상관이 없어보이는듯한 위의 이야기가 문득 생각났던건 법을 따지기 이전에 우선 이성과 양심을 기준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는게 옳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흔히 말하는 인실좃을 많은 사람들이 보고 통쾌해 하는것의 포커스는 사실 법을 이용해서 다른 사람을 공격했다는 저열하고 말초적인 것이 아니라 이성과 양심대로 사는 사람이 승리를 거두었다는 것이 아닌가요?
제 자신도 법 따지고 규칙 따지는 고지식한 인간이라고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전 적어도 이성적인 사고와 예의, 양심에서 벗어난 행동을 오직 법의 기준에서 적법하므로 옳다고 생각하진 않고 그런 행동을 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자기 자신이 떳떳하지 않은것을 알면서도 법은 이용한다는 사람들은 솔직히 무섭고 혐오스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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