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 야마다 레이지
완결 여부 : 완결 (전 9권)
출판사 : 세주문화사 (망 ㅠㅠ)
수위 : 플라토닉...수준도 안된다 8ㅅ8 그냥 짝사랑으로 끝나는 짝사랑물.
※ 본 리뷰는 2008년에 썼던 글. 첫 리뷰를 뭘로 할까 고민했는데, 처음부터 이렇게 무겁고 bl이라 보기 어려운 작품 리뷰를 올리는게 좋다는 생각은 안했지만 예전에 써놓은 리뷰들을 대부분 잃어버려서, 어쩔 수 없이 선택했다. 팡팡 우렀따 8ㅅ8
아가페이즈는 남성향 잡지 애프터눈에서 연재된, 분명한 남성향의 만화임. (그런 잡지에 게재하는 만화 주인공을 게이로 설정한 야마다 레이지는 용자)
이 만화는 사실 여성작가가 그린 bl이 아니다. 즉, 여성향 BL과는 같은 주제면서도 인식이 다르다고 할 수 있겠지.
조건 없이 그저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할 수 있는 절대적인 사랑, 아가페.
아가페Agape라는 단어에는 주고받는 연인의 사랑보다 조금 더 깊은 의미가 있음. 매니아 중 상당수에게 걸작이라고 손꼽히는 이 만화는, 좋아하는 사람에게 자신이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주고 싶었던 16살 소년의 슬픈 사랑을 담고 있다.
주인공 16살 미즈키 유리는 비쥬얼 락밴드 "에로스"의 리더로서 천재적인 기타리스트 및 작곡을 하는 보컬로 인디계의 카리스마라 불리는 인기인. 허나 그는 아주 어렸을 적부터 선천적인 게이였고, 8살 때 길에 쓰러졌던 자신을 도와준 동갑 야구소년 토라키를 짝사랑하게 된다.
8년 동안 쭉 토라키를 지켜봐오던 유리는 토라키가 그 자신이 야구에 재능이 있음에도 불구, 얇은 선수층의 최약팀이던 큐세이 고교생이기 때문에 고시엔(갑자원)에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하는데.
어렸을 적 만났던 유리를 기억하지 못하는 토라키는 “나는 아버지가 강제로 시키는 야구가 싫어. 반드시 고시엔에서 우승을 한 다음 소감을 말할 때 야구를 그만둬주겠어.”라는 야구를 싫어한다는 속마음을 털어놓고,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었던 유리는 자신은 어렸을 때 미국에서 투수를 했었다며 거짓말을 한다.
그리고 새로 투수가 되어 반드시 토라키를 고시엔에 데려다 주겠다고 약속하게 되는데.
그러나 비쥬얼계의 락밴드 보컬 유리, 야구의 기본적인 룰조차 모르는 비실비실한 청년인데 공을 던질 수 있을리 없음(-_-;) 절망하던 유리는 뜬금없이 아가페이즈라는 초능력 집단을 알게 되고, 거기에서 풍수를 사용하여 던지는 풍수마구를 익히게 됨.
포수를 하고 있는 토라키에게 가서 유리는 마구를 선보이고, 결국 밴드 단원들에게 비난을 받으면서 까지 야구부에 입단하게 된다.
아가페이즈에서 배운 풍수마구로 그는 고시엔 예선전에서의 강력한 팀의 타자들을 상대로 승리해 나갑니다. 원래 운명대로라면 큐세이 고교에게 승리하고 나갔어야 할 상대들이었지만, 유리는 미래를 왜곡시켜 바꿔버리게 된다.
그러나 그만큼 열심히 노력했던 상대 선수들의 꿈과 희망과 미래를 며칠만에 배운 마구로 산산조각 깨버린 유리에게 그에 상응하는 운명의 벌이 내리지 않을 리 없지. 5개의 풍수 마구 중 하나씩 익혀서 상대를 패배시킬 때마다, 유리는 자신에게 있어 모든 것이었던 음악의 재능을 하나하나 잃어가게 된다.
하나의 마구로 이길 때마다 그는 기타를 칠 수 없게 되고, 곡을 작곡할 수 없게 되고, 음악을 듣는 청음의 능력을 잃어버리며, 노래까지 부르지 못하게 된다. 유리는 미칠 듯 괴로워하고 고민하면서도 결국 마구를 포기 하지 않고, 마지막 예선에서 5개째의 마구로 승리함으로써 목소리마저 잃어버리게 됨..
그렇다면 유리에게 있어 음악은 큰 의미가 아니었을까? 아니, 오히려 음악은 유리에게 있어서 모든 것이었음.
“나는 게이야. 누구를 사랑해도 보답 받을 수 없어. 아이도 낳지 못해. 하지만 - 노래는 남아.” 라고 말했던 소년 유리. 자신이 가졌던 모든 것들을 포기하고 잃어가며 그는 토라키를 고시엔에 보내주게 된다.
토라키는 노멀(이성애자). 거기다 눈치는 드럽게 없어서 유리가 게이라는 사실을 눈치 채지 못해요~
중반에 스스로를 게이라고 커밍아웃한 유리에게 토라키는 “너는 너일 뿐이야.”라고 하며 웃어넘기고, 만화의 후반에야 무언가를 느끼고 자신을 좋아했기 때문에 야구를 한 거냐고 다그치지. 유리는 마음속의 독백과는 다른 말을 하고, 16살 소년의 슬픈 사랑은 여기서 끝나버린다.
결국 모든 것을 잃고,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일말의 보상조차 받지 못한 유리. 그러나 여기서의 실연은 독자들에게 비극이라고 느끼게 하지는 않는다. 이미 유리의 사랑은 토라키를 그저 육체적으로 좋아한 동성애, 에로스의 사랑이 아닌, 모든 것을 줄 수 있었던 아가페였기 때문에.
유리는 토라키의 사랑을 보상으로 바라지 않았음. 토라키가 연인을 사귀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아낌없이 모든 것을 주었고, 모든 것을 잃어버렸음.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유리는 큐세이를 떠나고, 토라키와 큐세이는 유리의 노래를 듣기 위해서 다시 한 번 유리 없는 자신들의 실력만으로 고시엔에 도전하게 된다. 주인공에게 어둠뿐이었던 만화는, 최후에 유리에게 아침을 보여주며 끝.
위에도 썼지만, 아가페이즈는 분명한 남성향의 만화임. 따라서, 나오는 등장인물들끼리의 흥미진진한 연애나 삼각관계의 BL이 보고 싶었다면 그 사람은 크게 실망할지도 모른다.
이 만화의 주제는 [남자가 남자를 사랑한다]라고 하는게 아니라, 내가 정말 좋아하는 사람에게 내 모든걸 줄 수 있냐고 묻는다.
작가가 자연스러운 남녀의 이성 관계가 아닌, 주인공을 게이로 선택한 이유는 다분히 의도적이다. 결국 남성과 여성의 사랑은 아무리 헌신하고 몸바쳐 사랑한다고 해도 사람들의 인식은 [에로스]의 사랑으로 각인될 뿐. 그래서 맺어질 수 없는 동성애로 그림으로서 작가는 주인공의 모든 것을 준 사랑을 완성시키고 그 의미를 그린다.
그래서 엄밀히 말해 이 작품은 동성애를 그린 bl이지만, 사실 bl은 아니다. bl을 원했던 독자라면 사실 읽고 실망하게 될거임.
작가는 [보답 받을 것을 바라지 않고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아낌 없이 줄 수 있는 절대적인 사랑]을 남성의 입장에서 담담하게 그려낸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을 읽어본 사람은 거의 대부분 남성이고, 큰 호평을 보내는 사람들도 남성이다. (만화의 비판은 대부분은 사랑쪽이 아닌 야구 경기 진행의 허접함에 초점이 맞춰짐; ) 따라서 추천대상은 다음과 같음.
- 동성애를 여자의 시각이 아닌 남자의 시각으로 보는 것에 관심이 있는 분.
- 남성향 만화의 책을 읽으며 여성향 만화에는 없는 이질감과 거친 말투를 보고 싶은 분.
- 판타지 야구와 마구(...)를 용납할 수 있으신 분.
- 일반적인 bl보다 현실적인 감정 표현을 보고 싶으신 분.
구할 수 있으면 꼭 읽어보셈. 보답 받을 수 없는 사랑에 모든 것을 잃으면서도 두려워하지 않았던 주인공의 아름다운 마음이 담긴 걸작입니다.
작가의 후속작인 제브라맨에서 유리가 잠깐 등장해 어떻게 되었다라는 결말을 좀 알 수 있죠.
나름재미있긴 한데...(개그 코드도 좋고요.)
작화가 워낙 나빠서 인기있거나 알려지긴 힘들겠죠...
개인적으로는 작가의 초기작인 B-boy가 가장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