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2021년. 근 몇년만의 대청소를 하던 저는 갖고 있던 bl만화의 처리에 대한 고심을 합니다.
bl만화를 갖고 있는 사람에게, 숨김이란 필연적인 일이죠~
그런데 그렇게 숨기게되면 방치하게되고, 먼지가 쌓이고, 손대기 싫어지고.
종이책을 점점 줄이는 시대가 되니, 괜히 공간만 차지하고 또 숨겨야하는 bl만화의 존재는 버리자니 레어하고, 갖고있자니 귀찮은 계륵같은 존재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래서 생각했죠.
그러면 앞으로 보기 쉽게...스캔하면 되잖아??
그렇지! 난 역시 천재야!!
검색결과 서울의 사당쪽에 스캔기계 대여업소가 몇 군데 있는 것을 알게되었죠.
하루 날잡고 가려했는데...조금 검색해서 읽어보니 사장님들이 옆에서 스캔하는 걸 모니터 보며 도와주지 뭡니까???
bl만화 스캔하러가는건데...그걸 사장님이 옆에서...본다구요??
분명히 말해, 뿅뿅하는게 낫죠.
뭐, 안면에 철판깔고 시도해볼까 생각해봤지만 포기함.
그러면 어떡할까? 포기하고 걍 싹 처분할까? 생각하다 나온 결론.
그렇다면, 재단기와 스캐너를 내가 직접 사서 스캔 뜨면 되잖아!?
답은 나왔으니, 책을 절단하는 재단기와 스캐너를 구입했습니다.
재단기는 현대오피스, 스캐너는 후지쯔.
몇 번 연습하고, 본격적인 스캔에 도전했습니당.
후지 타마키의 프라이빗 짐나스틱스. (전 4권) 일본 신서관 - 한국 삼양코믹스.
좋아하는 만화가인 후지 타마키의 bl만화들 중에서도 걸작으로, 제 손에 다섯 손가락 안에 꼽는 만화입니다.
18금이긴한데 이 작가의 서정적인 그림체 특성상 눈꼽만큼도 안야함.
이 작가의 대표작 bl이 시이나의 정령일기와 이 만화인데, 시이나의 정령일기가 더 유명해서 아시는 분은 좀 계실거 같네요.
사실 이런 만화들이 e북으로 발매됐으면 스캔 안하고 그냥 버렸을겁니다.
근데 고전 bl은 e북으로 안내주더라구요. 대부분의 만화가 리디북스, 교보문고 등등 어디에도 없었음.
예전 만화들 e북으로 내려면 일본 출판사랑 따로 또 계약 맺어야할까요?
아무튼 프라이빗 짐나스틱스도 e북 검색해봤는데 안나오길래, 삼양출판사가 혹시 여전히 있는지 검색해봤습니다.
삼양출판사 아직 있네요! 그럼 e북 서비스나 좀 새로 해주지.
이후 스캔하면서 알게된건데, 삼양을 제외한 고전 bl만화 출판사들은 검색 결과 모두 망했습니다. ㅠㅠ
하기사 갖고 있는 게 다 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중반 작품들이니 출판사들이 다 사라졌더라구요. 그런 작품들은 올려도 문제 안되겠죠.
보유하고 있는 4권까지의 만화책을
댕강! 재단.
가정에서 쓰는 재단기라 뭐 완벽히 잘리진 않았지만, 그러려니 했습니다.
그리고 스캔~
스캔 성공! 스캔본의 배포는 엄격한 불법사유이며, 저는 개인적인 소장을 위해 스캔했습니다. 여기서는 저작권을 위해 두세페이지만~
내용은 피겨 스케이팅과 자신의 미래, 그리고 성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주인공에 대한 만화입니다.
스캔해본 후기는 지금까지 한 10권 복사했는데, 이 것도 보통 일이 아니네요. 엄청 귀찮습니다.
시이나의 정령일기도 그렇고, 프라이빗 짐나스틱스도 그렇고. 고전 bl만화들이 e북으로 다시 나왔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