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원래 삼립을 싫어했다.
삼립이라는 회사는 imf때 세금으로 살아난 회사였지만
매해 겨울이 돌아올때마다 가격이 올라가는 호빵가격에
"이런 배은망덕한 것들! 은혜도 모르고!!" 를 외치며 울화통이 터져
삼립호빵은 사먹지 않게 된지 오래다.
빵가격은 생활비대비 몇위안이라는 사진이 인터넷에 돌게 된지 몇년.
spc라는 이름의 거대기업 횡포에 제빵노동자들이 고통받는다던 소식이 들린지 몇년.
너무 일이 고되다고 친구에게 카톡으로 말하던 노동자의 죽음이 일어난지 일주일밖에 지나지않았는데
빵공장에서 사람손가락이 잘렸다는 사건이 또 생기자 이제는 기사가 된다.
5년동안 758명 사람이 이틀에 한명꼴로 죽거나 다친다는 글이 기사댓글에 달렸다.
어떤 사람들은 야간에 공장이 돌아간다는 사실조차 생각하지 못하기도 하고,
어떤이들은 불매해서 뭐하는데~라며 부러 사람들 약을 올린다.
누군가의 삶은 너무나 온화롭고 평화로워 어쩌면 이것은 이세계의 일일지도 모른다.
52년전
어느 노동자가 자신을 불태웠다.
40년전
지은이의 이름도 없이 이 노동자에 관한 책이 일본에서 역수입된다.
30년전
이 책은 독재의 기운이 가시고 나서야
베일에 쌓였던 저자의 이름을 넣고 재발간된다.
52년의 시간...
이렇게 많은 시간이 흘렀는데도
여전히 어느 노동자의 삶과 죽음은 계속된다.
그리고 나는 아무것도 알지못했던 일주일전에 죽어간
다른 모습의 나를 생각하며
아주 조금, 조금 더 사지않을 뿐이다.
사랑하는 친우(親友)여, 받아 읽어주게.
친우여, 나를 아는 모든 나여.
나를 모르는 모든 나여.
부탁이 있네. 나를, 지금 이 순간의 나를 영원히 잊지 말하주게.
그리고 바라네. 그대들 소중한 추억의 서재에 간직하여주게.
뇌성 번개가 이 작은 육신을 태우고 꺾어버린다고 해도,
하늘이 나에게만 꺼져 내려온다 해도,
그대 소중한 추억에 간직된 나는 조금도 두렵지 않을 걸세.
그리고 만약 또 두려움이 남는다면 나는 나를 영원히 버릴 걸세.
그대들이 아는, 그대 영역(領域)의 일부인 나.
그대들의 앉은 좌석에 보이지 않게 참석했네.
미안하네. 용서하게. 테이블 중간에 나의 좌석을 마련하여주게.
원섭이와 재철이 중간이면 더욱 좋겠네.
좌석을 마련했으면 내 말을 들어주게.
그대들이 아는, 그대들의 전체의 일부인 나.
힘에 겨워 힘에 겨워 굴리다 다 못굴린,
그리고 또 굴려야 할 덩이를 나의 나인 그대들에게 맡긴 채.
잠시 다니러 간다네. 잠시 쉬러 간다네.
어쩌면 반지(指環, 金力을 뜻함)의 무게와 총칼의 질타에
구애되지 않을지도 모르는, 않기를 바라는
이 순간 이후의 세계에서,
내 생야 다 못 굴린 덩이를, 덩이를,
목적기까지 굴리려 하네.
이 순간 이후의 세계에서 또다시 추방당한다 하더라도
굴리는 데, 굴리는 데, 도울 수만 있다면,
이룰 수만 있다면……. (308-09)
출처 : 뉴스프리존(http://www.newsfreezone.co.kr)
http://www.newsfreezone.co.kr/news/articleView.html?idxno=2742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