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연초에 그만 두려고 했으나
연초에 선수를 치고 나간 직원이 있어서, 동시에 둘이나 나가는건 좀 회사를 뭭이는것 같아
올해까지만 근무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회사사정 볼거 뭐있나 그냥 나가지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 회사에 올해로 11년차로 전직원들이랑 다 친하고 싸우거나 틀어져서 나가는게 아니라서 그렇습니다.
예전에 동생들이나 친구들이 회사 그만둔다고 할때 반드시 다음 회사 확정되면 나가라고 그렇게 말해놓고 ㅋ
저는 그냥 일단 나가기로 정했습니다 ㅎ
회사를 나가기로 마음 먹게된 계기라고 한다면 작년 말에 회사 업무량이 굉장히 많아져서 힘이 너무 들었을 때 지방 출장을 가게 되었습니다.
진짜 몸도 마음도 완전히 지친 상태였던거 같습니다.
서울에서 대구까지 이동하고 밤에 일을 해서 새벽에 끝나는 경우가 많은 일이었는데 그날은 일이좀 일찍 끝나서 아 이시간이면 집으로 가는 것도 좋겠다 라고 생각하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한참 가고있는데 너무 졸리더군요. 평소같으면 이시간에 안잘려면 안잘수도 있는 시간이었지만 피로가 한창 쌓여있었을 때여서 인지 참기 힘들정도로 졸렸습니다.
그래서 바로 다음 휴게소에서 잠깐 자다갈까 하고 들어갔는데
각종 트럭, 트레일러 등등 물류 차들이 엄청 많이 있더군요.
다들 차안에서 자고있는것 같았습니다.
아... 나만 이렇게 힘든게 아니라 다들 힘들게 사는구나... 라고 생각이 들었는데
대뜸. 이사람들은 이게 주업무고 난 서브 업무네? 란생각이 스쳐 지나가더니 갑자기 지금 처지가 너무 싫어졌습니다.
오래 다닌 회사에 대해 오만정도 다떨어지고, 내가 왜 이짓을 하고있나... 뭐 이런 잡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정신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많이 지친 상태라 그랬던거 같긴 합니다만 이때 이직 해야겠다는 마음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남들한테 고집을 피우는 성격은 아니지만 스스로에게 고집이 쎈 성격이라 한번 정한건 잘 바꾸지 않아 지금도 빨리 회사를 나가고 싶단 생각밖에 들지 않습니다.
일이 손에 잘 잡히지 않습니다.
나가서 뭐할지 정해놓은게 아직 없어서 막막한 면이 없는건 아니었지만, 모아둔 돈으로 5톤 윙바디 트럭이나 사다가 콜바리를 하거나 트레일러를 구매해서 장거리 운전이나 할까 하는 마음이 컸습니다.
운전하는건 좋아하는 편이고 그냥 풍경 구경같은것도 좋아해서 나쁘지 않을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딱히 일거리가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아는 지인들과 이야기를 해봤는데 꾀 할만한 일들이 생각보다 많더군요.
아는 형님이 택배를 하시는데 한 7년 됐습니다. 대화를 해보니 월 450은 벌고 많은 달에는 550정도 번다는 말을 듣고 좀 놀랐습니다.
한건당 1000원으로만 잡아도 450을 벌려면 4500개를 날라야 하고 토일 쉬어서 20일만 일한다고 하면 225개를 하루에 날라야 하는 양인데 힘 안드냐고 물어보니
450벌려면 하루에 300개는 날라야하고 생각보다 쉽다고 하더군요. 225개만 나르면 기름값때문에 450못번다고...
아니 쉬울리가 있나 싶었는데 한 2년차쯤에 배송지역을 1500주고 샀다고 하더라구요. 커다란 아파트 단지인데 그냥 단지 중간쯤에 차 대놓고 그다음부터는 대차를 끌고 다니면서 단지만 빙글빙글 돈다고 쉽다고 말했습니다.
아마 요즘은 기사들 많아져서 자기같은 자리 살려면 엄청 비쌀거라고 했으니 아마 하게 되면 그분보다는 힘들게 일하게 될거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택배는 케바케가좀 심한거 같습니다. 어떤 사람은 한달에 300버는것도 버겁다는 사람도 있었거든요.
사촌형 친구분도 스트레스때문에 회사 때려치고 낮에는 퀵하고 저녁에 잠깐 배달 도는데 돈은 비슷하게 벌면서 스트레스가 없어서 세상 행복하다고 하고...
사촌형은 정 할거 없으면 자기네 회사와서 운전이나 하라고 하고 얼마 받냐고 물어보니 지금 저보단 많이 번다고 하질 않나...
그리고 이번에 친구하나 때문에 좀 충격을 받았는데
친구하나가 이직을 했습니다.
성과제 일이라 성수기 비성수기에 수입이 차이가 많이 차이 나는 일이라고 하는데, 성수기는 3~10월까지 라서 그럼 나머지 4개월은 생활이 되냐고 물어보니
자기는 6월 부터 시작해서 16일 밖에 일 못했는데 550을 벌었다더군요. 성수기에는 보통 600~800 사이를 번다고 선배들이 그랬답니다.
600씩 8개월이면 4800인데... 지금 11년차 제 연봉이 4750인거 생각하면...
비성수기도 마냥 노는게 아니기 때문에 비성수기때도 적게나마 돈을 번다고 하니, 지금 저보다는 당연히 엄청 많이 벌겠다 싶더군요.
게다가 저는 연봉이고 친구는 실수령액인데... 뭔가 자괴감이... 2일 교육받고 청소 대행 해주는 일인데 그렇게 벌다니??
11년동안 아는거 모르는거 공부해가며 잠도 못자면서 개발하고 전국 팔도를 돌아다니며 사람들 비위맞추면서 교육다니고, 유지보수 다니고 하면서 그래도 이정도는 많이 버는거 아닐까? 하면서 지냈던 과거의 내가 원망스럽기 까지 하더군요.
사실 연봉 4천을 넘긴것도 몇년지났고 지금도 4750면 적은 연봉은 아니라고 생각을 지금도 하긴 하니까요.
이직하면 연봉 4천 이하로 줄거란 생각을 하고 이것저것 대비를 하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일단 내년에 그 친구네 회사에 자리나면 들어가겠다고 말은 했는데, 자리는 많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12년동안의 개발자 인생이 끝나면 새로운 청소 대행 인생이 시작될거 같습니다.
뭔가 두서 없이 주저리 주저리 적어버린것 같네요 ㅎ
사실 그냥 푸념할데가 필요했던거 같습니다.
PS.
야! 때려치고 싶으면 그냥 때려쳐!
막막해도 니가 성실하면 먹고사는데 지장없어 걱정하지마.
나이? 경력? 사지 멀쩡해가지고 뭘 걱정이야?
때려쳐서 더 힘들어질수도 있고 더 편해질수도 있겠지 어떻게 될진 알순 없지만
지금 당장 니가 죽겠는데 뭘 버텨 버티길
- 내 사촌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