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30후반이 되도록 모쏠이에요.
삶 자체가 10년이 넘도록 변하지도 않았어요.
출근해서 일하고 퇴근해서 싯고 밥먹고 자기전에 넷플릭스좀 보다가 잠들고 아침에 출근하고...
쳇바퀴처럼 살아왔어요.
그러다 이번에 옛 친구의 오빠를 우연히 지나가다 만났어요, 고등학생 시절에 친구집에 놀러가면 종종 마주치면 인사 정도만 하던 그정도 사이였어요.
오빤 당연히 절 기억못할줄 알았는데 기억을 하더라구요. 전 당연히 기억을 하고있었죠, 첫사랑이었으니...
같이 카페에서 얘기를 하다보니 아직 결혼을 안했고 결혼 생각이 없다고 하더라구요. 나이도 나이라 결혼할 생각이 없으니 연애할 생각도 없다고 했어요.
이런 제 푸념을 털어놓다보니 시간이 늦어지고 식사하고 술도 한잔 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아침에 눈을 떠보니 모텔이었어요.
만취했지만 기억이 안나는 것은 아니에요. 무슨생각이었는지 취한 저는 오빠한테 너무 외롭다고 혼자 두지 말라고 엉엉 울면서 매달렸고 오빠는 난처해 했지만 결과는 절 혼자 두질 않았어요.
오빠는 연애는 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지만 난 상관없다고 또 매달렸고 그렇게 어정쩡한 사이가 되었어요.
그래도 지금 너무 행복해요.
쳇바퀴같은 내 삶 출근해서 일하고 퇴근해서 싯고 밥먹고 자기전에 넷플릭스좀 보고는 변한게 없어요.
그런데 너무너무 행복해요.
옆에 누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행복하다니 정말 놀랐어요.
회사에서도 그냥 멍하니 일만했었는데 지금은 일하는것도 즐거워요, 집에가면 오빠랑 같이 밥먹고 같이 누워서 영화보고 하는 그저 원래 하던 것들인데 같이 하니 너무 행복해요.
똑같은 삶에 옆에 누구하나 생긴것 만으로도 이렇게 행복해 질수가 있다니 그동안 다른 여자들은 이렇게 행복하게 살고있었나... 그런 부러움과 질투마져 들더라구요.
하지만 우리 사이는 언젠간 끝나고 말겠죠... 그게 너무 무서워요.
차라리 이런 행복을 모르고 사는거 더 좋았겠다란 생각이 들기도 할정도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