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에 라이언일병구하기 영화를 보고 갑자기 생각나서 써본 군대이야기입니다.
(짧게 쓰기 위해 음슴체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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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은 97군번 의무병으로 군대를 다녀왔음.
95년인가부터 아버지의 '남자라면 해병대' 라는 압박에 시달렸고
96년이 되자 아버지 친구분(당시 해군 대령)의 '해병대간다면 빽써서 반드시 보내줌' 이란 후원사를 듣고
이대로라면 끌려가겠다 싶어 머리를 굴렸음.
그당시에 입대전 학원을 다녀 특기 결정을 할 수 있는 방법이 몇 있었는데, 그 중 보편적인게 행정병과 의무병이었음.
(지금은 의무병은 확실히 없어짐)
아무런 상관없는 사람도 의무병 학원을 두달인가 다니고 군병원에서 시험봐서 합격하면 주특기 4111(의무)이 부여되는 시스템.
합격 못하면 해병대 끌려갈 것 같은 사람이다보니 열공해서 합격함.
집에서는 남들은 그냥하는 군대를 돈써서 가냐고 힐난이 가득했지만 뭐 어떰? 해병대만 피하면 되지.
그리고 훈련소 교육 끝나고 자대배치 받으니 국군 포항병원이라네?
이름도 아련한 비둘기호를 타고 대구에서 포항으로 가니 왠 빨간 명찰에 상륙돌격 빡빡이 아저씨들이 역에 그득하네?
알고보니 국군포항병원은 포항 해병대 1사단 안에 있었음.
해병대를 피해 의무병으로 갔더니 해병대 안에서 근무를 하게된 인생 참......
여하튼 해병대 안에서 즐거운 육군 생활을 하던 차에 휴가를 나왔다 라이언일병 구하기를 봄.
복귀함. 복귀 한달 뒤에 해병대 영화관에서 영화보여준다고 함. 제목은 라이언일병구하기.
7연대 였나? 여하튼 상륙대대랑 같이 보라고 해서 쫄래쫄래 갔는데... 반응이
영화 시작 후 1분
'오오 2차대전 때는 땅깨들이 상륙했네' 'ㅋㅋㅋ' 등등
대략 상륙정 갑판 열리고
'어어 ㅅㅂ' ' 오오 진짜같다'
대략 내장 튀어나간 병사와 의무병 씬 이후
'......'
그 때부터 상륙 종료 후 피에 물든 파도가 치는 장면 나올 때까지 영화관은 내내 정적이었고,
핏빛 파도가 치기 시작하자 누군가 나직히 뱉었던 '시발'이 지금도 기억에 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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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보고 복귀해서 의무병들끼리 저 상황에서 우리가 어디까지 치료할 수 있을까를 존나 논의했는데,
옆에서 담배 피던 군의관님들의 '우리도 힘든데 니들이 되겠냐?' 로 정리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