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했더니늑댕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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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소설]일랜드 사가-심해전설-서장.소년 모험가(끝) (0) 2019/05/24 PM 10:11

 

 

 

7.

단 한 사람. 어린아이 하나가 이제 없을 뿐인 저택의 공기는 평소와는 사뭇 달랐다.

적막하다 못해 을씨년스러운 폐가가 연상되는 것은 단지 기분 탓일까? 그렇게 생각하며 아브의 응접실로 향하던 선생은 저택에 일어난 또 하나의 변화를 금세 알아차렸다.

 

 

 

“화분을 모두 치우셨더군요.”

 

 

 

선생의 목소리가 응접실에 나지막하게 울리자, 안락의자에 기운 없이 몸을 파묻듯 앉아있던 거구의 사내가 자세를 바로 고쳤다.

 

 

 

“착한 아이였어... 마지막 까지도 말이지.”

 

 

 

아브의 목소리는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나약하고 침울하게 변해있었다.

누가 지금 이 남자를 왕국에서 가장 강한 세 사람 중 하나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평범하게 말할 때조차 상대를 위압하는 기운을 품기던 모습은 도무지 찾아볼 수 없었다.

 

 

 

“혹시 어제 밤에 제가 모르는 부상이라도 입으셨는지요.”

 

 

 

짐짓 모르는 척 능청을 떠는 선생의 모습에 아브는 피식하고 힘없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럴 때 농담이라니, 선생도 참 고약하군 그래.”

 

 

 

그렇게 말하면서도 어젯밤 벌어졌던 싸움의 기억으로 살짝 고양된 기분이 돌아왔는지, 아브의 눈에는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밤이 시작될 시간에, 침범해선 안 될 숲의 영역에 침범한 이디아를 되찾기 위해 선생과 아브, 그리고 휘하 기사단은 숲에 몰아넣었던 무시무시한 마수들과 격렬한 싸움을 벌여야만 했다.

그때 모처럼 전력을 발휘해 싸움을 벌였던 감각이 아브의 우울한 상태를 조금이나마 풀어주었다.

이제 겨우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온 그를 보며, 선생은 응접실에 화분이 있었던 빈자리를 보며 생각했다.

이디아는 모두에게 마지막까지 발터의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소동을 일으키게 된 이유는 ‘어디까지나 자신이 화분으로부터 이야기를 엿들어서’ 라는 핑계를 대고 저택을 떠났던 것이다.

 

 

 

“차라리 이디아양이 진짜 화분의 이야기를 엿들었다면, 당신을 원망하진 않았을 텐데 말이죠.”

 

 

 

선생의 말에 아브는 고개를 저었다.

 

 

 

“내가 어머니와 나눴던 이야기를............. 처음으로 어머니 뜻에 반해 이디아를 남겨두려고 노력했다는 게 전해졌다 한들........ 달라질 건 없을 거요. 선생.”

 

 

 

깊은 한숨과 함께 아브는 말을 이었다.

 

 

 

“내가 그 아이를 지금까지 속여 왔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으니까 말이야..... 그리고.”

 

 

 

평상시의 모습을 잠시 되찾았던 아브의 음성은 다시금 심해 밑자락으로 가라앉듯이 어두워졌다.

 

 

 

“그곳에서... 자라서.. 모험을 하고 여행을 하다보면, 언젠가.... 언젠가는 나를 진심으로 증오하게 되겠지.”

 

 

 

“그건 모든 모험가들과, 일랜드인 모두가 외면할 수 없는 원죄입니다. 우리가 해야할 일은 죄를 망각하거나 두려움에 떠는 일이 아닙니다.”

 

 

 

선생의 말에 아브의 눈빛이 다시금 되살아났다.

 

 

 

“더 이상 늦기 전에.”

 

 

 

선생은 떠올렸다. 대지가 진동했던 그 날, 아윈이 ‘바다’를 발견한 그 날, 해수면이 눈에 띄게 상승했던 그 사실을.....그리고 자신이 수행해야하는 사명을....

 

 

 

“더 이상 돌이킬 수 없게 되기 전에....”

 

 

 

아브는 떠올렸다. 자신의 검 앞에 무고한 생명이 쓰러져 가던 그 때를, 시체의 틈바구니에서 건져내었던 푸른 머리의 아이를....

 

 

 

“다음 세대는 우리의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도록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해야만 하는 일이지.”

 

 

 

두 사람은 말을 마치고는 밖에서 들려오는 소란스러운 소동에 눈길을 돌렸다.

창밖에 펼쳐진 풍경은 그야말로 아수라장. 저택 정문을 부술 듯이 박차고 뛰어들은 아윈이 맹렬한 속도로 정원을 가로질러 달려오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난동에 놀란 하인들과 발터가 달려들어 아윈을 붙들고 진정시키려 했지만, 아윈은 그들을 뿌리치고 두 사람이 내려다보는 창문 밑에 서서 혼신의 힘을 다해 외쳤다.

 

 

 

“들어줘요!! 아브님!! 선생!! 이번 한번만 간청할게요!! 나를 단련시켜 주세요!!”

 

 

 

아윈의 눈빛은 이미 철 없는 말썽꾸러기의 눈빛이 아니었다.

어른도 얕잡아 볼 수 없는 결의가 아윈의 두 눈빛 속에서 타오르고 있었다.

 

 

 

“다시 만났을 때 부끄럽지 않도록! 이디아와 같이 당당히 모험할 수 있도록! 부족함이 없도록 가르쳐주세요!!”

 

 

-서장. 소년 모험가.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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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여기까지 서장의 마무리 입니다.

그리고 이젠 세이브가 없어서....

일주일에 한 번 올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부족한 소설을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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