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도 잘 끝났고 신혼여행도 다 마치고 인사도 다녀오고 저희 부부는 일상으로 접어들었습니다.
다시 일상을 시작한지 일주일.
임신 사실을 알게된 10월 이후부터 짐싸고 와이프의 자취방으로 와 신혼생활을 시작한 거나 다름이 없고, 한창 연애 해야할 때 부부생활을 하게 된 셈이니 주말을 그냥 넘기기는 아쉽습니다.
그래서 간만에 바람이나 쐬자는 마인드로 창경궁 나들이를 하기로 하고 차를 몰고 나갑니다.
신호 대기중에 와이프가 이런저런 장난도 치기에 저는 웃으면서
"당신 이상해" 하고 얘기하자 와이프가 대뜸 말합니다.
"이상하면 치과가라."
?!
이건? 저의 뇌리에 번뜩임이 스칩니다.
원래 와이프는 아재개그를 극혐하는 사람입니다.
제가 와이프에게 하는 것도 아닌 과거에 이러이러했다 하며 화려한 아재개그 감각을 보여줄때마다 땅이 꺼져라 큰 한숨을 내쉬곤 합니다.
(예시: 회사 회식때 부장님이 맥주 500 20잔을 주문한거 보고 내가 "맥주 520잔은 너무 많지 않습니까?" 했다가 죽을 뻔했다.)
그런데 부부는 닮아가는 걸까요? 그랬던 와이프가 수줍게 아재개그를 시전하는 것입니다.
아주 초보적인 수준이지만요.
뭐든 첫걸음이 중요한 법입니다. 그것이 아무리 뻔하고 초보적인 수준이라 해도 말이죠.
아재개그가 나왔으니 본격적으로 화답해줘야합니다.
그런 막중한 사명감을 지니고 운전을 하는데 눈앞에 표지판이 보입니다.
[신호준수]
개그의 신이 속삭입니다.
'지금이다!'
저는 표지판을 가리키며 말합니다.
"저거 동방신기 같지 않아?"
"뭐가?"
"신호준수. 시아준수 ㅎㅎㅎㅎㅎㅎㅎㅎ. 안녕하세요 저는 신호준수에요."
와이프의 표정이 싸늘해집니다.
도대체 뭐가 잘못된걸까요???
이해할 수 없습니다 ㅠ.ㅠ
다시 한번 결혼 축하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