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출퇴근길을 많이 걷습니다.
오랜만에 연락한 친구가 자존심을 팍팍 긁어가며 코치를 해주는 걸 시작으로 목표를 잡고 감량을 시작하여 친구에게 모욕을 당하지 않기 위해 머리를 굴려가며 운동량을 늘리기 위해 걷는 코스를 연구한 끝에 걷는 시간과 거리를 비약적으로 늘리는 것에 성공하여 이주 전부터 하루 1만 7천걸음. 13키로 정도를 한시간 반정도의 시간을 소모하며 걷고 있습니다.
그렇게 걷는 와중에는 구경할 것도 많고 평소에 눈여겨 보지 못하던 것도 보기 마련입니다.
(손이 시렵기 때문에, 그리고 보행중 안전을 위하여 스마트폰을 보며 걷는다는 선택지는 애당초 제외 했습니다.)
걷는 코스에 애견샵이 있었습니다.
애견샵에는 강아지들을 구경할 수 있도록 외벽 유리쪽에 아크릴 투명 전시 케이스에 강아지들을 두었는데 포메라니안, 스코티시 불독, 무슨무슨 푸들 등 귀여운 아기 강아지들이 있어 걷는 중에 잠깐 멈춰 몇분 정도 구경하고 다시 길을 가곤 합니다.
물론, 성숙한 애견 문화를 준수하기 위해 결코 유리창을 노크하거나 놀랄만한 일은 하지 않고 눈으로만 보고 지나가곤 하지요.
하지만 보면 볼 수록 아이들의 모습이 점점 나빠지는게 느껴졌습니다.
경기가 좋지 않아 팔리질 않는건지 강아지들은 매일 같은 공간에 있었고, 좁은 아크릴 장안에 있는 것이 갑갑한 모양인지 가게 안쪽을 향해 짖는 아이.
투명한 문에 매달려 애정을 호소하는 아이.
식분을 하는 아이.
애정이 필요한 나이라 그런지 서로의 체온을 원하듯 투명한 벽을 사이에 두고 서로 기대듯 벽에 기대 잠을 청하는 아이.
이런 모습을 보니 귀여운 동물들을 보며 마음이 편해지기는 커녕 매일 볼때마다 갑갑해지기만 합니다.
하루 종일, 몇날 며칠을 아무런 자극도 즐거움도 없는채 좁은 곳에 있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요.
당장이라도 가게문을 박차고 들어가 여기 있는 녀석들 전부 다 내놔
라고 하고 싶지만, 그럴만한 경제적 여유도 동물을 책임지고 기를 여건도 되지 못하기에
한숨을 쉬며 가게를 뒤로 하고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제가 그 가게의 아이들을 모두 데려간다고 해도
그 자리를 또 다른 강아지들이 채울 뿐이겠죠....
앞으론 구경하지 않으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