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유튜브로 심야 괴담회 채널을 보는데 맛이 들었습니다.
토요미스테리 극장이나 일요스페셜을 다시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프로그램으로 진행자들이 사연 괴담들을 읽으며
재연하는 프로그램인데 꽤나 전통적인 오싹함을 느끼게 해줘서 한창 재밌게 보는 중이라
어제도 유튜브를 틀고 괴담을 듣다가.... 저도 모르게 귀신이라도 들린 것처럼
멍하니 방 천장을 쳐다보았습니다.
제 눈에 들어온 것은 쌓아둔 건프라 박스.
1년 넘게 손도 안댄 물건들인데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그날따라 몹시...
아주 몹시...
건프라를 조립해야한다는 이상한 충동에 사로잡혀버렸습니다.
평소엔 귀찮아서 휴일에 해야지, 휴일에는 놀고 쉬느라 나중에 해야지 하고 차일피일 미뤄온 것인데
그날따라 건프라를 조립하지 않으면 안된다. 하는 이상한 사명감까지 들어버렸습니다.
그래서는 안됐는데 말이죠.
그렇게 의자를 밟고 올라가 건프라 박스 하나를 꺼내 들고 오싹한 괴담과 브금을 들으며
정말 날카로운 커터칼과 건프라 니퍼를 들고 뭔가에 홀린 것 마냥
또각
또각
하며 건프라를 잘라 나갔습니다.
그렇게 건프라를 조립한 지 얼마나 지났을까.... 어느덧 건프라는 거의 조립을 끝마치고 말았고
이제 스티커를 붙이기만 하면 되는 단계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자쿠의 눈에 스티커를 붙이기 위해 이쑤시개로 스티커를 떼던 중에 돌연 하필 그 타이밍에!!
회전 중이던 선풍기가 저를 향했습니다.
갑자기 불어온 강풍에 자쿠 눈알 스티커는 휙 하고 날아가버렸고
자쿠 눈알 스티커가 휙 하고 날아감과 동시에 저는 퍼뜩 정신을 차리고
동시에 괴담보다도 무서운 사실에 소름이 돋고야 말았습니다.
'스티커가 어디갔는지 안보여!!!!'
작디 작은 스티커는 바닥에 떨어져 어디갔는지 찾을 수 없었습니다.
한참을 방바닥을 더듬거리며 찾아보았지만, 스티커는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것마냥 어디에도 찾을 수 없었던 것이었죠.
뒤늦게 저의 어리석음을 한탄했지만 이미 너무 늦어버렸습니다.
눈 없는 자쿠에 도대체 무슨 가치가 있겠습니까
어쩔 수 없이 무기의 조준경 스티커 하나를 희생하여 대충 완성하였지만,
충동적으로 시작한 건프라 조립에 대한 후회는 이미 가슴 깊숙히 남아버린 상태였습니다.
ㅠ.ㅠ
* 이 이야기는 작성자의 제보를 받아 작성하였으며, 실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