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나라로 이민가서 현지인과 결혼해 가정을 꾸리고 잘 살고 있는 대학동기가 있었습니다.
가끔 화상 통화를 하고 코로나 끝나면 건너오라는 등의 연락을 하며
인스타로 서로 지내는 살림살이 등을 보며 잘 살고 있구나 하는 친구였습니다.
그러던 친구가
8월 초
갑자기 카톡을 보냈습니다.
연애는 잘 하고 있냐, 요즘 어떻게 지내냐는 형식상의 인사를 건내고 친구는 본론을 꺼냈습니다.
물어본 것은 저의 혈액형.
혈액형을 이야기하고나서 불길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친구의 아이가 희귀 병으로 아프다는 좋지 못한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갑작스럽게 연락한 이유는 다름 아닌 지정헌혈부탁.
이민가서 산지 오래된 이 친구는 아픈 아이를 위해 몇 없는 한국 인맥을 찾고 또 찾아
저에게 부탁을 해온 것이었습니다.
오죽하면 하는 생각도 들면서 한편으로는 걱정이 들었습니다.
결코 어려운 부탁이 아니었지만, 저는 2014년도 쯤에 ALT 수치가 심각하게 높게 측정되어
헌혈원에서 헌혈 거부를 당한 상태였기 때문이었죠.
일단 친구에게 가능하면 해보겠노라 약속하고는 몸 관리에 신경썼습니다.
연초에 ALT 수치가 50 근처로 나와 헌혈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니까요.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흘러 수술을 앞두고 친구가 다시 연락을 해왔습니다.
20일부터 25일 사이에 헌혈을 해달라는 부탁이었습니다.
시간이 되어 23일에 회사 근처 헌혈원에 예약을 잡고 지정헌혈을 하러 가니
헌혈원에서는 제 이력을 살펴보고 거부를 합니다.
당연히 거부를 예상하고 회사의 정기건강검진 결과서를 가져가 보여주었지만 요지부동이었습니다.
'지정헌혈이기 때문에 더더욱 조심해야한다. 환자를 악화시킬 수도 있기 때문에 병원의 검사가 아닌 헌혈원의 기준에 맞는 검사를 해야한다.'
당장 25일까지 헌혈을 해야하는데 언제 검사를 받고 언제 결과를 기다리겠습니까
일단 검사신청을 하고 채혈을 하고 제 연락을 기다리고 있을 친구에게 카톡을 보냈습니다.
'미안하다. 검사에 들어갔는데 내일이나 모레 결과가 나온다고 한다. 시간을 못맞출지도 모르겠다. 25일 이후에 결과가 나오면 어려울 것 같다. 미안하다.'
연락을 보내고 나서 미리 검사를 하지 못한 준비부족을 탓하며 착잡한 마음으로 하루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오늘 몇 번이고 헌혈어플을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하면서 검사 결과를 확인하다보니....
정상입니다!
회사 건강검진보다도 훨씬 낮은 수치가 나왔습니다.
이제 헌혈원에서도 아무 제약없이 헌혈이 가능하겠죠.
즉시 예약버튼을 누르고 예약 일정을 잡았습니다.
몸이 건강한건 당연히 좋은일이고 기쁜일이지만
오늘은 특히 더욱 더 감사함을 느끼게 되네요
부디 친구의 아이가 수술을 잘 마치고 일어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