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그녀가 걸어오고 있다. 앞머리 없이 왼쪽으로 쓸어넘긴 검은 머리카락이 어깨에서 흔들리고 있다. 검은 머리와 흰 피부, 붉은 입술의 원초적 아름다움에 나는 왠지 더 그녀를 사랑하게 되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그녀를 맞이하기 위해 손을 들다가, 잠깐 내 손을 바라본다.
내 손이 그녀의 얼굴만큼 컸더라면.
내 손은 수면의 과학처럼 커져서 그녀의 일해보지 않은듯한 나른한 어깨선과 나를 추종하게 만드는 도도한 얼굴 사이의 갸녀린 목 그리고 어깨에 걸쳐있는 찰랑대는 머리카락의 가장 바깥 쪽, 그 사이 공간에 쑤욱하고 들어간다. 뜨거운 손바닥으로 그녀의 체온을 공유하면서 민감한 손등에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이 닿는 그 간지러운 느낌을 즐긴다. 서로의 체온과 함께 분위기도 뜨거워질 무렵에 내 손은 부드럽게 돌아 그녀의 목 그 뒷부분으로 간다. 그러면 이내 그녀의 긴장이 풀리고 내 오른손에도 무게가 실린다. 가볍게 뉘여진 고개를 따라 턱이 당겨지고, 그 빨간 입술에 내가 닿는 것이다. 내 손이 그녀의 얼굴만큼 컸더라면.
작은 손은 인사밖에 할 줄 모른다.
오늘도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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