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거식증인가봐.”
엘리아나는 세면대 거울을 보며 중얼거렸다.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른다. 배고픔에 역겨움을 참고 음식을 뱃속으로 밀어 넣기는 했으나, 5분 안에 모두 토해버리곤 했다. 사실 그녀에게 필요했던 것은 약간의 식사조절과 유산소 운동이었다.
“아직 부족해.”
그녀는 자신을 잘 알고 있었다. 병적인 상태라는 것 역시. 그가 사랑했던 그녀의 남자친구는 변해만 가는 그녀의 모습에 적응하지 못했다. 사실 그렇다. 어떤 남자가 더 이상 아름답지 않은 여자를 사랑하겠는가. 그 것이 헤어짐의 모든 이유는 아니었음은 그녀도 잘 알고 있었지만, 그가 했던 말은 잊을 수 없는 것이었다.
“넌 너무 뚱뚱해졌어. 섹시하지 않잖아.”
그리고 그녀는 그 말에 집착했다. 그 말은 요 몇 달 사이에 그녀의 주위를 맴돌았다. 거울을 바라보면 마치 공포영화에서나 보던 장면처럼 거울에 비친 얼굴 위로 빨갛게 글씨가 떠오르곤 했다. ‘넌 너무 뚱뚱해.’라고.
그녀는 문득 이런 상상을 했다.
‘난 이미 다시 예뻐 보일만큼 살이 빠졌을지도 몰라. 벌써 몇 달째잖아. 제대로 먹지도 못한게.’
그녀의 뇌가 그녀의 눈에 비치는 그녀의 모습을 왜곡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미친 사람이 자신이 미친 걸 알아볼 수 없는 이유는 그에게만은 그게 분명하고 속일 수 없는 진실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녀는 그와 헤어진 후에 자신이 미쳐버린 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게 다였다. 생각에만 이를 뿐 그녀는 그 것을 확인하기 위해선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내일도 그녀는 더 아름다워지기 위해 음식을 먹지 않을 것이고, 먹은 음식을 모두 토해낼 것이다.
그녀의 생각대로 그녀는 미쳤다. 그러나 그 것 말고도 그녀가 모르는 많은 진실 중에는 또 다른 것들이 있다. 그녀가 음식을 토해내기 시작한지는 거의 1년이 다 되어간다는 점이다. 그녀는 살아있는 것 자체가 기적이다. 그 기적을 이루기 위해서 그녀의 장기는 예전과는 조금 다른 모습을 띄게 되었다. 대단한 발전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녀의 위는 마치 커다란 말미잘을 연상시켰다. 그녀의 식도를 보호하기 위해서, 필요성의 부재에 의해 위산의 산성은 줄었고 수많은 촉수들이 그녀의 위를 뒤덮었다. 그리고 음식이 입 속에서 잘게 씹어져 식도를 통해 위로 내려오면 그녀가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영양분만을 공급하기 위해 촉수들은 음식을 공격했다. 그리고 각자의 촉수들이 맡은 영양소를 모두 흡수한 후, 다시 식도로 밀어냈다.
그녀는 그녀의 위가 그렇게 변한 후로는 배설한 기억이 없다. 물론 배설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녀의 위에 달린 촉수들이 그녀의 식도를 통해 밀어낸 영양을 모두 잃은 음식물들은 그야말로 찌꺼기 그 자체이니까. 그녀는 강장동물이다. 말미잘이나, 히드라보다 나은 점이 있다면 왜곡된 모습이지만 아직 생각할 수 있고, 상상할 수 있고,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보다 못한 점이 있다면 배설의 고통을 모두 느껴야 한다는 것이다. 그녀는 점점 퇴화할 것이고 마지막에는 기생충이나, 더 나아가서 아메바와 같은 단세포 생물이 될 수도 있다. 또는 더 이상 적응하지 못하고 구더기가 들끓는 시체가 될 수도 있다.
인간의 대부분은 사실 반(半) 강장동물이다. 인간을 다른 종보다 우월하게 만드는 이유는 감정과 이성뿐인데, 그 둘에는 어디에도 배설기관이 없다. 찌꺼기를 뱉으며 쾌감을 느낄만한 기관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래서 인간은 스스로의 찌꺼기들을 뱉어낼 수단들을 생각해내고, 그 것을 행한다. 하지만 그 것은 자연적이지 않으며 완벽하지도 않다. 그래서 슬프게도 인간은 온갖 미(美)각과 함께 했던 즐거운 시간을 잊고 찌꺼기를 뱉어내야 할 때가 되면, 우리가 처음 구토했을 때 느꼈던 자기혐오와 비릿한 맛과 역겨운 냄새와는 비교할 수조차 없는 참담한 심정을 느끼며, 배설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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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동의할 수 없다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