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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는 글쓰기] 그녀는 언제나 그의 평온과 조급함 사이에 존재한다 (1)
2014/02/07 AM 01:36 |
그녀에 대한 궁금증이 더해질 때마다 그의 마음은 조급함으로 바뀐다. 언제 어디서나 빠르게 정보를 주고 받을 수 있다는 것이 그렇게 좋은 것만은 아니다. 특히 이렇게 알고 싶은 것들을 알 수 없는 처지에 있을 때는 더욱 그렇다.
그는 늘 그녀의 모든 것을 알고 싶어한다. 물론 실제로 그가 알고 싶어하는 것이 그녀에게 존재하지 않는 부분이거나 그가 모든 것이라고 생각하는 그녀의 모습이 일부분에 지나지 않을지라도 표면적으로는 그렇다. 그의 마음은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하여 그녀의 진실한 모습 전부가 아닌 그가 알고 싶어하는 것만을 알기 원하는 것이 그의 진심임을 절대로 고백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쨌든 그가 그녀의 꽤 많은 부분을 알고 싶어하는 것만은 사실이며 그 자신은 자신도 모르게 이미 그녀에 대한 심리적 거리까지도 정해놓고 있다. 그 거리는 아마도 다음과 같다.
그녀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그녀 자신을 제외한다 치더라도 그가 절대로 넘을 수 없는 그녀의 부모, 형제(함께 지내온 시간이 다르다!), 또 넉넉한 마음으로 그녀의 가장 친한 친구들을 포함한 친인척 몇 명 정도는 용납하는 것이다. 최소한의 울타리 밖에서 생각한다. 007 정도가 어떨까. 살인면허를 가진 코드네임 007. 언제나 본드걸과 함께 하는 매력적인 남자. 그래서 자신은 도달하지 못할.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니 갑자기 마음이 식어, 그는 다시 심리적 거리를 늘린다.
이 행동은 절대로 그녀를 위한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그 자신의 심리적 평온 상태를 위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왜곡되어 평온한 상태를 지나 그에게 심리적 우월감을 가져다 주었다. 잠시 느끼는 심리적 우월감은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가 허용하는 범위 바깥으로 밀려난다면 그의 마음은 상처입고 조급함이 더해져 결국엔 지금의 관계를 넘어서 모든 것을 망칠 것이다.
마음은 겸손하게 정한다. 열손가락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마음이 이렇게 겸손하게 굴 때 손가락이 과욕을 부린다.
열손가락이라!
그의 몸 가운데서도 특히 자존심이 센 손가락이 품 속을 뒤지기 시작한다. 그러더니 핸드폰을 꺼내어 몇 번 번쩍이는 화면 위를 분주히 움직이다가 꾸욱, 한 곳에서 오랫동안 멈춘다. 지워진 메시지와 점멸하는 커서를 바라보다가 그의 손가락은 다시 같은 일을 반복한다. 마음과 손가락의 혈투는 손가락의 승리로 결정난다.
"미안."
엄지손가락은 실수에 능하다.
실수로 전송 키를 누른 엄지손가락을 보며, 그는 힘없이 한숨을 내뱉는다.
욕망이 투영된 그의 조급함을 평온을 담당하는 마음은 완전히 제어하지 못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해지는 조급함 앞에서 그는 또 무력한 인간이 된다.
메시지가 도착한다.
마음과 손가락이 서로 끙끙 앓으며 한참을 생각한 끝에 단 하나의 메시지를 전송하고 또 그 다음을 기다린다. 사이사이의 시간들마다 조급함은 더해진다.
예전보다 조금 더 길어진 대화가 끝나고 나서야 그의 마음에 평온이 찾아온다.
그는 평온하고 싶다. 그러나 그녀는 매번 다른 형태로 그의 모든 시간들마다 존재한다.
그녀는 언제나 그의 평온과 조급함 사이에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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