쿼바디스(Quo Vadis, 1951)
베드로와 사도 바울이 활동하던 네로 황제 시기의 로마, 오랜 전쟁을 끝내고 돌아온 마커스 비니키우스는 아름다운 여인 리지아를(다른 나라의 공주 출신으로 노예가 된) 만나게 된다. 마커스와 리지아는 서로에게 반하지만 마커스가 오로지 리지아를 원하는 것과 달리 크리스쳔인 리지아는 마커스가 교화되기를 바란다. 그 와중에 네로 황제는 시적 영감을 위해 로마를 불태우고, 그 죄를 기독교도들에게 돌리는데......
엄청난 제작기간과 돈이 들었다더니 영화의 스케일이 엄청나다. 엑스트라만 5만명쯤 동원됐다고 어디서 보았다. 2시간 50분 가까이 되는 러닝타임의 영화로 초중반은 확실히 화려한 궁중의 모습이나 의상, 세트장들을 보여주려고 애쓰는듯한 느낌이 더 강하게 들었다.
'쿼바디스 도미네(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라는 대사를 읊는 베드로의 모습이나, 콜로세움에서 사자들에게 던져진 기독교도들이 찬송가를 부르는 장면은 크리스쳔이 아니라도 뭉클하게 만들었다. 그 후에 나오는 황소와의 격투씬도 좋고.
하지만 서사적인 면에 너무 집중하고 있는 것 같아서, 주인공으로 나오는 인물들의 애정관계나 갈등관계는 그다지 공감이 되지 않거나 몰입하기 힘들었다. 끝나고 나서 어떤 주인공에도 감정이입을 하지 못한 내 자신을 발견했는데 리뷰어 중에도 '대체 주인공이 누구야?'라고 묻는 사람이 있는걸 보면 비단 나만의 문제는 아니었던 것 같다. 또, 불타는 로마를 묘사한 장면에서는 너무 지옥 같은 분위기를 내려고 애써서 과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그나마 입체적으로 보이는 인물은 네로 황제 하나인데, 결말에 이르는 모습은 아쉬웠다. 그 장면이 가장 복잡한 심리를 표현하지만 좀 더 처절하고 웅장한 느낌으로 마무리 지을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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