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 2를 다시 보았습니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가 상영중이라서 채널 CGV에서 방영해줬나 봅니다.
가장 친한 친구와 새로운 적은 자신을 노리고, 사랑은 마음대로 되지 않습니다. 큰 힘을 얻고 그에 따른 책임을 지려하는 히어로의 삶과 평범한 인간 피터의 삶을 함께 수행해야 하는 피터 파커의 정체성, 그에 따른 혼란과 고뇌가 깊이있게 전개되는 수작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영화 속의 피터는 말을 별로 하지 않는데, 그런 피터의 현재 상태나 심리를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화법이 인상적입니다. 뷔페에 가서 음식을 집어먹으려 하면 웨이터가 지나가버리고, 안경의 한쪽 다리는 여전히 부러져 있습니다. 꽃을 사려고 해도 한다발을 사지는 못하죠. 거기에 정체성에 혼란이 찾아오자 스파이더맨의 능력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게 되는 모습이 방점을 찍습니다.
적과 친구, 애정. 영화의 중심축이 되는 이 세가지 이야기를 후반부에 동시에 처리하는 유명한 지하철 장면부터 마지막 결말까지의 후반부는 그야말로 대단하다고 할 수 밖에 없는데, 다시 봐도 눈물이 나더군요. 피터 파커라는 캐릭터에 깊이 빠져들었다는 증거겠죠.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제일 좋아하는 장면은 마지막 닥터 옥토퍼스와의 대결입니다. 액션씬은 짧고 볼거리는 대단해보이지 않지만요. 특히 닥터 옥토퍼스가 전기에 감전되어 잠깐 정신을 잃었을 때, 스파이더맨이 가면을 벗고 옥타비우스 박사의 이름을 부르는 장면이 가장 인상적입니다. 가면을 벗고 이름을 부름으로써 히어로 스파이더맨과 빌런 닥터 옥토퍼스가 아니라 인간 피터 파커와 인간 옥타비우스 박사로 돌아와 원래의 모습을 되찾는 과정은 정신분석학적 치료 방법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거기에 더해 그 자리에 있던 메리 제인이 그동안 고민하던 스파이더맨의 정체까지 알게 되니 이 한 장면 자체가 밀도가 상당히 높아보입니다.
샘 레이미가 공포영화 감독을 많이 해서 그런지 비명을 지르는 여자를 클로즈업으로 잡는 장면이 많은데, 자주 나와서 그런지 상당히 거슬리기도 합니다. 지금 보니 어떤 장면은 상당히 유치해보이기도 하네요.
신문사의 조연 세 명은 씬스틸러로의 역할을 거의 완벽히 수행했더군요.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 2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보다 훨씬 좋은 이유 중에는 엠마 스톤보다 키얼스틴 던스트의 졸린 눈을 더 좋아하는 제 취향도 한 몫 합니다.
왠지 더 매력있게 생겼더라구요.. 몸매도 좋고..
진짜 스파이더맨2는 우주 명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