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남자의 끈질긴 구애를 거절하는 중이다. 애초에 이 남자가 왜 이러는지도 알지 못하겠다는 표정이다. 회사 일만 아니었다면 만나지도 않았을 것을 무슨 착각 때문인지 그는 그녀가 자기에게 마음이 있다고 굳게 믿고 있는 것 같았다. 이런 저런 이야기가 계속 되자 여자는 더이상 참지 못하고 다신 안 볼 생각으로 한 마디를 던졌다.
"저 좋아하는 사람있어요. 당신보다 훨씬 똑똑하고 멋진 사람이에요."
문득 머리에 다른 남자가 스쳐 지나갔기 때문에 남자는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었다. 그는 커다란 오른 주먹을 몇 번 쥐었다 펴고는 계산서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 여자를 비웃으며 말했다.
"그 자식이 나보다 낫다고? 하긴 2차원에서 3차원을 바라보면 불가해하겠지. 평생 가도 내가 나은 사람이라는 걸 이해 못할거다. 미개하고 멍청한 년."
카운터로 나가는 남자를 보며 여자는 이제야 길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가방을 정리하고 그녀도 일어서려는데 어찌된 일인지 남자가 다시 계산서를 들고 돌아왔다. 울상이 된 얼굴로 미안하다며 남자는 그 지루한 구애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려고 했다. 하지만 여자는 이미 그의 말에 화가 머리 끝까지 나 버렸고, 처음부터 아무런 관심도 없었기 때문에 그냥 자리에서 일어나 계산서를 뺏어들고 떠나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