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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는 글쓰기] 세가지 이야기 (0) 2014/06/30 PM 11:47
세가지 이야기

성 밖 거리에서 며칠째 한 남자가 울고 있었다. 그 남자의 눈물이 잠시도 멈추지 않아서, 그 모습이 너무도 서럽게 보여 온 도시의 사람들이 그를 찾아보았다. 사람들은 그가 우는 연유를 알아내려고 애를 썼고 급기야는 궁금증을 풀어주십사 하는 소가 올라오기에 이르렀다. 나도 이야기를 듣고는 궁금한 마음을 참을 수가 없어 창고지기를 불러 수십년간 모아둔 수많은 보물 중 천리를 볼 수 있다는 안경을 꺼내 쓰고 그 남자를 관찰하며 하루를 보냈다.
그 남자가 우는 이유를 알고 싶었으나, 아무도 알지 못했다. 잡일을 하는 하인부터, 마을을 오가며 모든 소문을 다 듣고 다닌다는 방물장수들도 불러 물어보았으나, 아무도 그가 누군지 왜 저리 슬피 우는지 이유를 알지 못했다. 부모를 잃었겠거니 하고 생각했지만 그는 상복을 입지 않았다. 재산을 잃었겠거니 하고 생각했지만 그는 그가 안쓰러워 사람들이 던져놓은 동전 중 단 하나도 줍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나는 그가 연인을 잃었겠거니하고 생각했다. 그런 일에 저렇게 눈물을 흘린다면 내 하렘의 여인들 중에서도 가장 아름답고 고귀한 한 명을 그에게 선물하리라 마음 먹고는 6일째 되는 아침, 마침내 나는 수행원과 함께 궐 밖으로 나왔다. 인파를 헤치고 나는 울고 있는 남자에게 다가가 물었다.
"부모를 잃었소?"
그는 더 서럽게 울었다.
"그럼 재산을 잃었소?"
그는 대답하지 않은 채 더 서럽게 울었다.
"그럼 연인을 잃었소?"
그는 역시 대답하지 않은 채 한참을 울었다. 나는 그의 울음이 조금 잦아들기를 기다렸다. 울음이 조금 잦아들자, 그는 여전히 눈물을 흘리는 채로 한 쪽 무릎을 꿇어 예를 취했다. 그리고 내게 말했다.
"5일 동안 쉬지 않고 여기서 울었지요. 그 것은 내가 우는 이유를 이 나라의 높은 사람에게 말하고 싶은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이제 당신께서 오셨으니 제 이야기를 해야할 때가 온 것 같군요. 내가 왜 울고 있는지 그 이유를 들어보면 내 가혹한 인생을 가엾게 여기고 말 것이며, 내 옆에서 함께 눈물을 흘리고 말 것입니다.
20년 전 오늘, 내가 태어났습니다. 아버지는 뛰어난 용사였고, 어머니는 세상에 손꼽을 만한 미인이었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서로 사랑했고,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내가 태어남으로 그 행복은 정점을 찍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러나 내가 태어난지 채 5일이 지나지 않았을 때, 불행은 그 마수를 뻗쳐오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에 걸려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고, 의사는 열흘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 했습니다. 아, 그렇게 나는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부모님은 나를 살리기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 했지만 별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열흘이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열흘째 되던 날 아침, 어머니가 사라지셨습니다.
여기서 일곱 산 여덟 강을 건너면 얼음의 동굴이 나옵니다. 그 동굴에는 마신이 한 명 살고 있는데, 그 마신은 아름다운 여자의 영혼을 매우 좋아한다고 했습니다. 어머니는 미처 조리도 하지 못한 몸으로 일곱 산 여덟 강을 건너 얼음의 동굴로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마신에게 말했습니다.
'내 아이를 살려주세요.'
마신이 말했습니다.
'하나의 영혼에는 하나의 영혼이 필요하다. 너의 영혼이라면 기꺼이 받아주지.'
어머니는 잠시의 지체도 없이 자신의 영혼을 마신에게 바쳤습니다. 20년이 지난 지금 어머니의 사랑을 생각하니 어찌 내가 가슴이 아프지 않겠습니까?"
나는 이해할 수가 없어 남자에게 물었다.
"스무해나 지난 일이오. 그 것이 이제와서 당신을 며칠동안이나 거리에서 슬피 울게 한단 말이오? 나는 이해할 수가 없소. 어머니가 당신을 살렸다면 감사해야 할 일이지. 그걸 어찌 슬퍼한단 말이오?"
나는 자리를 떠나려고 했다. 그러자, 여전히 눈물을 훌리며 남자가 다시 나를 붙잡았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다음 이야기를 들으신다면, 당신은 분명히 내 옆에서 함께 눈물을 흘리게 될 것 입니다.
어머니가 사라지고 내게 온기가 돌아오는 장면을 모두 목격한 아버지는 무언가 일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아버지는 나를 업으시고는 용하다는 점쟁이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모든 것을 버린채 5년간 떠돌아 다녔습니다.
5년이 지났을 때, 우리는 사막 위의 버려진 성에서 한 명의 점쟁이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점쟁이는 수정구를 꺼내 우리에게 일의 전모를 알려주었습니다. 얼음의 동굴에 살던 마신은 오래 전부터 어머니의 영혼을 탐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아버지가 두려워 어머니에게 접근하지 못했기에 한 가지 꾀를 냈습니다. 어떤 부모도 자식의 고통 앞에서는 눈 앞이 흐려집니다. 마신은 내게 주술을 걸고, 의사로 변장한 채 찾아와 내 목숨이 열흘 남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슬퍼하는 어머니의 귓가에 속삭였습니다. 여기서 일곱 산 여덟 강을 건너면 무슨 소원이든 들어주는 마신이 있다고.
아버지는 분노했습니다. 아버지는 한 쪽 눈의 눈꺼풀을 베어버리고, 흘러나오는 피를 가슴에 묻히며 맹세했습니다.
'그 놈을 죽이지 못한다면, 나는 죽어도 눈을 감지 못하리라.'
집으로 돌아온 아버지는 그 길로 온 재산을 처분하고 어떤 강대한 마신도 죽일 수 있을 방법을 찾아 헤맸습니다. 하늘과 바다를 오가기를 오 년, 마침내 오래 전 강대한 마신을 죽여 봉인했다는 검을 찾았습니다. 어느새 아버지의 머리는 희고, 수염은 힘을 잃은채 바람에 흔들렸습니다. 감지 못하는 한쪽 눈은 하얗게 변해 이따금씩 아무 것도 보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마신의 이야기를 할 때면 아버지의 눈은 시공간을 너머 알라의 영역 밖에 있는 마신의 실체를 파악하기라도 하는 듯이, 번쩍이기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아버지는 우리의 고통이 끝날 것임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마침내 결전의 날이 밝았습니다. 우리는 모든 준비를 끝마친 채 일곱 산과 여덟 개의 강을 건넜습니다. 얼음의 동굴 앞에서 아버지는 외쳤습니다.
'내가 오늘 너를 죽이리라.'
마신과 아버지의 결투가 시작되었습니다. 아버지는 뛰어난 검술과 자신을 돌보지 않는 용맹함으로 마신을 마침내 궁지로 몰아 넣었습니다. 목에 겨눠진 검을 내리치려는 그 때, 마신이 말했습니다.
'너의 아내를 돌아오게 할 방법이 있다.'
아, 아버지는 그 말을 듣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하나의 영혼에는 하나의 영혼 만이 필요하지.'
아버지 또한 잠시의 고민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아버지는 얼음의 동굴에서 나와 내게 말씀하셨습니다.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
아버지는 마신을 죽이기 위해 산 그 검으로 자신의 목을 찌르셨습니다. 어머니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마신에게 그렇게 또 한 번 속았습니다. 마신이 살아있기에 나는 아버지의 눈조차 감겨드릴 수가 없었습니다. 어머니와 나를 향한 아버지의 사랑을 생각하니 10년이 지난 지금 어찌 내가 가슴이 아프지 않겠습니까?"
나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건 이미 10년이나 지난 일이구려. 어떤 연관이 있어 지금에서야 당신이 눈물을 흘린단 말이오. 이미 마신에게 한번 속았는데 다시 그의 말을 믿다니 당신의 아버지는 너무 순진했던 것이 아니오? 그리고 부모님을 마신의 손에 잃었다면, 당신에게는 복수가 우선이오."
나는 혀를 차며, 자리를 떠나려고 했다. 그러자 아직도 눈물을 흘리며 남자가 내 손을 붙잡았다.
"아직 이야기가 남았습니다. 이 마지막 이야기를 들으신다면 분명 당신도 내 옆에서 눈물을 흘리게 될 것입니다.
아버지의 죽음 후에 나 역시 반드시 복수하리라 다짐했습니다. 마신을 죽일 수 있다는 그 검을 들고, 나는 아버지가 그러했던 대로 산으로 들어갔습니다. 나는 6살 때부터 검을 잡아왔습니다. 마신을 죽일 수 있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5년이 걸렸습니다.
5년이 지나, 아버지가 했던대로 모든 준비를 마친 채 나는 일곱 개의 산과 여덟 개의 강을 건너 얼음의 동굴에 도착했습니다.
'오늘 반드시 너를 죽이리라.'
나는 일갈하고, 얼음의 동굴로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얼음의 동굴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마신은 어디론가 떠나버렸습니다.
나는 다시 사막 위의 버려진 성을 찾았습니다. 아버지가 했던대로 점쟁이를 찾아가 물었습니다. 수정구를 통해 바라보자 마신은 사람의 모습을 한 채 이 도시에 와 있었습니다. 마신이 사람의 모습을 하자 그를 죽이기가 더 어려워졌습니다. 사람을 죽인다는 것은 상상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며, 또한 그를 죽인다는 것을 상상할 때마다 아버지의 죽음이 떠오르며 왠지 모를 죄책감이 드리웠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마신은 그래서 사람의 모습을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를 반드시 죽이겠다는 마음을 먹는 것에만 4년이 걸렸습니다. 그리고 1년 전, 나는 그가 살고 있는 성으로 들어갔습니다.
온갖 화초가 향기를 뽐내는 화원으로 들어섰을 때, 나는 한 여인을 만나고 말았습니다. 그녀는 열매가 달린 모두 과실수보다 탐스러웠으며, 모든 꽃보다 향기로웠고, 사철 푸르를 저 나무들보다도 싱그러웠습니다.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우리는 한 눈에 서로를 알아보고 말았습니다.
아버지가 하신 말씀이 내 귓가에 울렸습니다.
'행복하게 살아라.'
복수의 감정은 눈 녹듯이 사라졌습니다. 그녀를 부모님이 남겨주신 선물이라 생각하며 사랑을 나눴습니다. 그렇게 1년이 지났습니다. 어느새 마신을 죽이려던 검은 손질을 하지 않아 녹슬고 무뎌졌습니다.
일주일 전, 그녀는 내게 부모님을 소개시켜주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녀의 발길이 향하는 방이 익숙하다는 것을 나는 알았습니다. 그러나 내 마음은 고개를 저으며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성의 수 많은 방들 중에서도 그녀의 발길이 향하는 그 방, 그 방이 의미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해서 믿을 수 조차 없습니다. 내가 4년 동안 복수를 다짐하며, 염탐하고 관찰했던 그 곳. 바로 그 방입니다. 그녀는 마신의 딸입니다. 나는 그녀의 손을 뿌리치고 도망쳤습니다.
복수의 감정이 다시 싹트기 시작했습니다. 왜 알아채지 못했을까? 사랑이 가려버린 내 두 눈을 생각하자, 아버지가 왜 눈꺼풀을 잘라야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나는 연인 또한 잃었습니다. 내가 어찌 부모의 원수 그 딸을 사랑할 수 있을 것이며, 함께 할 수 있단 말입니까. 심장에서 느껴지는 아련한 고통이 이번엔 내게 조금의 주저도 할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내 심장을 도려낸 버린 한 여인이 원수의 자식이니 어찌 내 사랑이 슬프지 않겠습니까?"
나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오히려 잘 되었구려. 사랑을 만나서 복수를 하지 못했다니 몹쓸 일이오. 어서 그 원수를 찾아가 복수를 해야지, 왜 여기서 이렇게 슬피 울고 있단 말이오. 그 여인으로 인해 당신의 마음에 복수의 감정이 다시 싹텄으니 어찌 감사한 일이 아니라고 할 수 있겠소."
나는 마음 속으로 그를 욕하며 자리를 떠났다. 아니, 떠나려고 했다. 어느새 비릿한 무언가가 목구멍을 통해 올라온다. 여전히 눈물을 흘리며 그가 말했다.
"당신이 이 세가지 이야기 중에 한 가지라도 기억해내어 함께 슬퍼하고 용서를 빈다면 나는 복수하지 않기로 다짐했소. 피를 묻힌 손은, 혹은 피를 묻힐 손은 언제나 파멸과 마주하기 마련이고, 그로인해 얻을 고통은 복수의 짧은 쾌감보다 길며, 언제나 복수보다 사랑과 용서가 더 아름답기 때문이오. 당신은 이 세가지 사랑의 슬픈 면을 하나도 보지 못하니 사랑을 모르는 사람이오."
무거운 고통이 점점 사라지는 것을 느낀다. 죽어간다고 생각하자 머리가 더 맑아진다. 그런 일이 있었던가? 그는 사랑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인 것처럼 보인다. 나는 사랑을 해본 적이 있던가? 사랑이 뭔지 그에게 다시 한 번 묻고 싶다.
'사랑이 무엇이오?'
"끄르르르......."
피 끓는 소리 외엔 아무 것도 나지 않아서 나는 그에게 물어볼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 건 중요치 않다. 사랑이 슬픈 것이라면 모르고 죽을 수 있어서 행복할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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