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독 (五毒, The Five Venoms, 1978)
킬 빌의 5인 암살단 데들리 바이퍼스에 영향을 미쳤다는 장철 감독의 1978년작 오독.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사부가 오독문의 마지막 제자인 양덕에게 다섯 명의 사형이 있으며 강호에서 오독문은 악행을 저지르고 다니는 집단이라 이 악행의 고리와 오독문의 맥을 끊어주기를 당부하면서 영화는 시작한다. 사형들은 각자 지네, 뱀, 전갈, 도마뱀, 두꺼비를 형상화한 무공을 익히고 있다. 각자 다른 시기에 제자로 들어와 서로의 정체를 잘 모르는 사제들이 오독문의 숨겨진 보물이란 하나의 목적을 가지고 한 마을에서 얽히고 설켜 싸우게 되는 내용을 가지고 있다.
다섯 사제들 모두의 화려한 무술에 더해진 스릴러적 요소가 영화에 몰입감을 더한다. 같은 합이 단 하나도 없는 듯 잘 짜여진 맨몸 액션씬이 주는 카타르시스는 현재의 무협 영화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것. 특히 영화 초반 그들의 연공실을 보여주면서 사부가 각자의 무공을 보여주는 장면은 정말 멋지다. (떨어지는 접시를 끊임없이 차고 부수는 장면이나, 벽에 매달려 촛불을 끄는 장면) 그래서 주인공이 많은 편인데도 각자의 이미지가 영화가 끝난 후에도 인상적으로 남는다. 영사낭군의 대사처럼 다소 잔인한 장면 속에서 이따금씩 느껴지는 비장미는 '이런게 남자의 영화였지'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오독이란 제목은 아마도 고독(蠱毒 : 독을 가진 생물들을 한 곳에 모아두고 살아남은 최후의 한 마리를 취하는) 에서 영감을 얻은 것 같다. 싸우는 사이에 독을 모두 사용했는지 오독문은 사라져 버렸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