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다드 까페(Out Of Rosenheim, Bagdad Cafe, 1987)
관광차 미국 여행을 왔던 자스민은 사막의 도로 위에서 남편과 싸우고는 헤어집니다. 그녀는 트렁크에서 짐을 꺼내 사막을 걷고 걸어 바그다드 카페에 도착하게 됩니다. 한편 바그다드 까페의 여주인인 브렌다도 방금 남편과 싸우고는 헤어진 상황입니다. 두 사람이 남편과 싸우는 모습은 대조적입니다. 자스민의 경우 남편이 화를 내고 자스민은 묵묵히 그가 마시고 던져 놓은 캔을 주워서 다시 차 안에 넣습니다. 반대로 브렌다는 무능력한 남편에게 화를 내며 그가 떠나겠다고 하자 쓰레기통 옆의 캔을 주워서 마구잡이로 던집니다. 두 여자는 분명히 달라보입니다.
어쨌든 자스민의 등장으로 바그다드 까페는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자스민은 아마도 남편에 의해 억압된 여성이겠지요. 그녀의 자아는 남편과의 이별을 통해 회복되고 있는 중일겁니다. 반면, 인생에 찌들어 있는 브렌다의 경우 남편이 떠나가면서 더 본질적인 자아를 회복하는 일에서 멀어지게 됩니다. 여성성을 회복하면서 자신의 가족들 사이에서 어머니의 역할을 대신하게 되는 자스민에 대한 반감은 이에 따른 질투일 수도 있겠죠. 브렌다가 자스민을 인정하게 되는 가장 큰 계기는 여성만이 도달할 수 있는 어머니란 특별한 역할에 대한 여성으로서의 동질감입니다. 브렌다에게 다가가고 싶어하는 자스민의 감정, 브렌다의 가족과 살라모의 아이에 대한 자스민의 기묘한 집착은 어머니란 위대함에 대한 그녀의 존경에 기인하겠지요.
자스민에게 아이가 없는 것을 보면 남편이 자스민에게 그다지 성적 매력을 느끼지 못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온 몸 전체를 가린 그녀의 옷이나, 루디 콕스가 그녀의 그림을 그리는 장면을 떠올려보면 그녀의 여성성이 억압되어 있는 것은 성적인 문제에 있는 것이 분명해보입니다. 마지막 그림을 그릴 때의 그녀의 모습은 상당히 노골적이기까지 하니까요.
자스민은 어머니라는 브렌다의 존재에 존중을, 브렌다는 자아를 회복하려고 애쓰는 자스민의 존재를 존중하면서 서로에게 다가가고 친구가 됩니다. 두 사람이 꽃밭에 가는 장면은 그 자체로 굉장히 아름답습니다. 미국에 있는 바그다드 까페, 커피 머신이 없는 까페같은 전혀 조화되지 않을 것만 같은 공간에서 구성원 거의 모두가 조화되어 어우러지고 그 중심에는 자신의 자아를 회복하려고 애쓴 여인들이 있으니까요.
자스민의 외모는 페르난도 보테로의 그림에서 꺼내어 놓은 것만 같습니다.
이 영화는 대체로 여자분들이 많이 좋아하는 것 같더군요.
마지막 장면이 정말 멋집니다.
그리고 OST인 Calling you가 흘러 나오는 장면은 정말 멋집니다. 영화에 잘 어울리는 음악을 사용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잘 보여주는 예가 아닌가 싶습니다.
여성성이라는 말을 쓰는 것은 상당히 신경이 많이 쓰이네요. 마치 여성성이라는 말을 일반적인 편견에 가두어 놓는 것만 같아서요.
그 덕에 두번 다시 보지 않고 있음. 지금 기억이 깨질까봐 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