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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티브 지소와의 해저 생활(The Life Aquatic With Steve Zissou, 2004) (2) 2014/07/24 AM 01:04

웨스 앤더슨의 작품 세계에 대한 소고

웨스 앤더슨 영화로는 다섯번째네요.
문라이즈 킹덤, 로열 테넌바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다즐링 주식회사, 스티브 지소와의 해저 생활 순으로 보았습니다. 다섯편을 모두 보고나니 확실히 웨스 앤더슨의 세계에는 늘 가족, 특히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묻어 있습니다.
어려서 부모님이 이혼했다고 하니, 이런 테마가 계속해서 반복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겠지요.

영화가 나온 순서대로 간단히 살펴본다면 2001년 작품인 로열 테넌바움은 가족을 다시 뭉치게 만드는 아버지의 이야기고 2004년 작인 스티브 지소와의 해저생활은 시간이 지나고 다시 아버지를 찾아가 아버지란 무엇인가, 그리고 나라는 사람은 무엇인가 즉,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영화. 2007년 작인 다즐링 주식회사는 아버지를 잃고 난 세 형제가 새 삶을 찾게 되는 이야기, 2012년 문라이즈 킹덤에서는 위탁 가정에서 살던 샘이 방황 끝에 자신을 보듬어줄 새아버지를 찾고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도 마찬가지입니다. 제로가 추억하는 무슈 구스타프란 결국 행동양식을 가르쳐주고, 사회에 발을 딛게 하며 기차 안에서의 장면들처럼 때로 보호막이 되어주고 마지막에는 자신에게 유산을 남겨주는 아버지 이상의 아버지처럼 보이죠. 그래서 무슈 구스타프는 마치 슈퍼맨처럼 보이기도 하는 것이겠지요.

스티브 지소와의 해저 생활은 해양 다큐멘터리 감독인 스티브 지소가 다큐멘터리를 찍던 도중, 동료인 에스테반을 처음 보는 상어에게 잃게 되면서 시작합니다. 카메라를 놓쳐 괴물 상어의 모습을 찍지 못했고, 다큐멘터리는 시사회에서 혹평을 듣습니다. 스티브는 상어를 잡으려하고, 그의 배에 자신이 아들이라고 주장하는 청년이 나타납니다. 그리고 함께 유대감을 쌓아나가죠. 그 안에서 오이디푸스적인 이야기들이 등장하지만 아버지와의 유대감이란 일정부분 그런 식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니까요.

요새 읽고 있는 신화 관련 책들을 보면 부모, 특히 아버지에게 버림 받는 아이라는 화소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 어디에서든 끊임없이 반복됩니다. 신화 속에서 아버지가 없다는 것은 자신의 근원을 모르는 것이라 아이는 정체성의 혼란을 가지게 되고 아버지를 찾아 나섭니다. 영웅적 행보 끝에 아버지를 만나게 되며 그리하여 신성(神性)을 획득하는데 스티브 지소와의 해저 생활도 분명히 이런 줄기 안에 들어있습니다. 신화 속에서 신성을 획득한다는 것은 해석해보면 자아를 확립하여 한 인간으로 일어선다는 의미에 가깝고, 감독 자신의 생애를 생각해본다면 간접적으로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드러낸 작품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왠지 애착이 갑니다.
익히 알고 있는 웨스 앤더슨스러운 스타일이 이 영화에서도 묻어납니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제외하고는 하나의 공간 안에서 그의 스타일을 가장 잘 살린 작품이 아닌가 싶습니다. 제가 아주 좋아하는 데이빗 보위의 음악들이 영화 전반에 OST로 사용되었다는 점도 좋고 케이트 블란쳇의 연기는 아주 사랑스러운데가 있군요. 로열 테넌바움의 기네스 펠트로나 문라이즈 킹덤의 수지역이었던 카라 헤이워드, 케이트 블란쳇, 시얼샤 로넌, 레아 세이두 같은 여배우들을 보건데 여배우들의 매력을 끌어내는 점이 정말 탁월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의 스타일 때문인 것도 있겠지만요.

앞서 다섯 편의 영화 속의 아버지들을 보면 다음 번 영화에는 어떤 아버지가 나올지 기대됩니다.
추억이나 향수, 그 다음 단계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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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함 봐바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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