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법을 잊어버린 적이 있지."
P가 말했다. 이십대인 그는 벌써 무릎이 좋지 않았다.
"어려서 심하게 투정 부린 날이 있어. 화가 나서 어머니 손을 놓고 터벅터벅 걷기 시작했는데 30분쯤 지나자 다시는 무릎을 굽혀서 걸을 수 없을 것 같더라구. 제대로 걷게 되기까지 1년은 걸렸을거야."
"그래?"
하고 나는 어깨를 으쓱 들어보였다.
"믿지 못하겠지만 정말이야. 당연히 몸에 체득되어 있을 것만 같은 것도 우린 잊어. 잘 알아둬. 특히 넌 더."
그의 단어장이 어느새 또 한 장 넘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