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병
어느 날, 왼팔을 내려 놓을 수가 없게 되었다. 팔은 시시때때로 방향을 바꾸기는 하였으나, 내 통제를 벗어나 다시는 몸에 닿지 않았다. 마치 내게서 멀리 떠나려는 듯이 이리저리 발광하고 있었다.
왼팔이 무슨 일을 저지를까 두려워 나는 급히 병원을 찾았다.
당신은 심장병을 앓고 있습니다.
그가 내 왼팔이 왜 자꾸만 내게서 떠나려 하는지 말해주지 않았기에 그 의사의 말을 나는 믿지 않았다.
왼팔이 다시 정상이 되려면 얼마나 걸릴까요.
2년? 3년? 나는 알 수 없습니다. 시간이 약입니다.
돌팔이군.
나는 날뛰는 왼팔과 함께 병원을 나왔다.
몇 개월이 지나자 나는 의사의 진단이 옳았음을 알았다.
내 심장은 나보다 더 똑똑한 놈이다. 통제할 수 없는 감정을 왼팔에 버리고선 자기는 규칙적으로 하던 일을 계속 해나가기로 마음먹은 모양이다.
왼팔의 발작은 줄었다. 비가 오거나 추억을 떠올리거나 또는 잠이 들기 전엔 통제에서 벗어나 혼자 난리를 치긴 하지만 그 정도는 그냥 견딜만 하다.
그냥 견딜만 하다.